지난 5월7일 괴산군 소수면에서 진행된 올해 첫 모내기. ‘유기 농업군’을 앞세운 괴산군은 해마다 친환경 재배 면적을 늘려나가는 등 미래 농업 정책의 초점을 유기농 확산에 맞추고 있다.
“농사는 짓는 데 반년, 파는 데 반년이야. 팔 데 없어서 버리기도 하는데 짓는 족족 팔아주면 농사지을 만 하지.”
충북 괴산지역 농민들은 판로 걱정 없이 농사만 짓는 길이 열렸다. 농민들의 판로 부담을 덜어낼 ‘유기농업 공영관리제’(유기농 공영제) 덕분이다. 괴산군은 농산물유통 농업회사법인 월드그린, 괴산군유기농업인연합회 등과 지난 7월부터 유기농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농민들이 계약 재배한 농산물을 군과 월드그린이 수매한 뒤 전국에 유통하는 형식으로, 이런 방식은 괴산이 처음이다.
괴산군과 월드그린, 괴산유기농업인연합회 등은 올해 농민들과 계약해 재배한 벼를 모두 수매했으며, 쌀로 가공해 다음 달 초부터 전국에 유통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쌀은 괴산 유기농 공영제의 첫 작품이다.
권구영 괴산군유기농업인연합회장(왼쪽부터), 이차영 괴산군수, 이만규 월드그린 대표는 지난 7월 친환경 농산물유통 활성화 등을 위한 ‘유기농업 공영관리제’ 시행 협약을 맺었다.
괴산군 유기농업인연합회와 괴산지역 농민·작목반 등 55곳은 올해 67㏊에서 수확한 벼 352t을 월드그린에 기쁘게 넘겼다. 수맷값이 좋았기 때문이다.
조곡(찧지 않은 벼) 40㎏ 한포대 기준 최근 농협 수맷값이 6만8천~6만9천원이었지만, 계약 재배한 농민들은 이보다 1만원 이상 더 받았다. 군이 한 포대에 5000원씩 지원하고, 월드그린은 7000원 안팎을 더 얹었다. 이만규 월드그린 대표는 “애초 농협 수맷값의 8% 선을 지원하려 했지만 올해 잦은 비 등으로 흉작이어서 조금 더 지원했다”며 “안정적 생산 농가를 확보해 중장기적으로는 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수매한 벼는 가공 등을 거쳐 내년 초께 괴산군이 인증하는 ‘괴산 순정 농부’ 상표를 달고 대형마트 등 전국에 유통될 예정이다. 월드그린은 대형마트, 음식 가맹점, 온라인 상점 등에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농민들은 유기농 공영제에 거는 기대가 크다. 벼 1만㎡를 재배하는 권구영(57) 괴산군 유기농업인연합회장은 “30여년 농사를 지으면서 늘 판로가 걱정이었는데 올핸 농사에만 집중했다”며 “판로가 안정되면 유기농 등 친환경 농사가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의 늦들작목반 친환경 재배단지. 괴산군은 ‘유기농업군’을 선포하고 친환경 농업 확산에 힘쓰고 있다.
괴산군은 유기농 공영제를 친환경농업 확산의 마중물로 쓸 참이다. 괴산은 지난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기농업군’을 선포하고 유기농 등 친환경농업 확산에 힘쓰고 있다. 올해 67㏊로 시작한 유기농 공영제 계약재배 면적을 내년 200㏊, 2022년엔 300㏊로 늘릴 참이다. 더불어 지난해 402㏊였던 군 전체 친환경재배 인증 면적을 올해 498㏊로 늘린 데 이어, 2025년까지 군 전체 농업 재배면적의 10% 수준인 1000㏊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나형섭 괴산군 유기농산업팀 주무관은 “농사는 농민, 유통은 전문가, 지원은 군이 맡는 시스템이 안착하면 친환경 농업이 크게 늘 것”이라면서 “유기농 공영제가 미래 친환경농업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괴산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