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군이 정이품송 후계목 등을 활용해 조성할 자연 장지 추모공원 후보지.
충북 보은군이 18일 천연기념물인 정이품송의 후계목을 활용한 자연친화형 추모공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군은 보은읍 누청리 산 58-1 일대 5만3874㎡를 추모공원 후보지로 정하고, 장지 설계와 용지 매입 협의를 하고 있다. 이곳은 1960년대부터 공동묘지로 쓰던 곳으로, 80%가 군유림이며 나머지 8필지 정도만 주민 소유다.
군은 내년 4월께 착공해 2022년 말께 추모공원(장지)을 준공할 참이다. 장지의 70%는 봉분 없는 잔디로 만들고, 나머지는 수목형으로 꾸밀 계획이다. 추모공원 조성 예산은 106억원이다. 황대운 보은군 주민복지과장은 “보은은 65살 이상 노인 비율(33.1%)이 충북 안에서 가장 높지만 봉안시설이 없어 다른 지역 신세를 졌다. 주민 대부분 장지 조성에 찬성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600살을 넘기면서 애초 자태를 잃어가는 정이품송(왼쪽). 1990년대 초까지 우아한 정삼각형 자태를 보이던 정이품송(오른쪽).
보은군은 지역 명물인 속리산국립공원 앞 정이품송의 후계목을 자연 장지에 활용할 계획이다. 군은 600살을 넘긴 정이품송이 옛 자태를 잃고 고사할 위기에 놓이자 정이품송의 유전자를 받은 후계목을 키우고 있다. 지금 군유림 묘포장에는 키 3~4m, 밑동 지름 10~15㎝ 안팎의 정이품송 후계목 1만여그루가 자란다.
군은 자연 장지 곳곳에 50~100그루 정도의 후계목을 옮겨 심을 계획이다. 황 과장은 “후계목이긴 하지만 천연기념물을 활용한다는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문화재청 등과 협의를 할 계획”이라며 “자연 장지로 옮겨 심을 후계목은 대부분 조경수로 쓰고, 일부를 수목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보은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