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청주 운리단길 들머리. 운리단길 입소문이 나고 카페·공방 등이 들어서면서 관광객과 시민 등의 발길이 늘고 있다.
충북 청주 운천동에 운리단길이 있다. 망리단(서울 망원동)·황리단(충북 영동 황간)·송리단(서울 송파) 등 전국의 ‘~리단길’ 열풍을 가져온 서울 경리단길(이태원)에서 따왔다.
11일 오후 운리단길을 찾았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시민들이 가을 낙엽을 밟으며 길을 거닐고 있다. 운리단길은 청주고인쇄박물관 입구~운천신봉동 주민센터 앞까지 600m 남짓한 2차로다. 이 길 중간쯤에 흥덕초가 있다. 1988년 전교생 1780명으로 개교한 흥덕초는 2년 뒤 2817명으로 학생이 폭발했다. 주변엔 상가·주택가 등이 크게 늘었고, 새 도심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금 흥덕초는 전교생 364명으로 쪼그라들었고, 주변 상권도 크게 위축됐다.
운리단길 중간 부근의 청주 흥덕초. 한때 전교생 2800여명의 대규모 학교였지만 지금은 상권 등이 위축되고, 주민들이 새 아파트 단지 등으로 이주하면서 전교생 364명의 미니학교가 됐다.
그나마 2017년부터 ‘운리단길’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조금씩 생기를 찾고 있다. 운리단길 주변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카페, 빵집, 공방 등이 속속 들어섰으며, 길 안 공원·주택가 등에도 카페 등이 자리 잡았다. 전영미 운천신봉부녀회장은 “한창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학교나, 주변 상권이 많이 줄어들었다. 운리단길 소문이 나고, 도시 재생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코로나가 끝나고 좀 더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백운화상초록 불조 직지심체요절>(직지)이 간행된 흥덕사 터와 청주고인쇄박물관 등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직지> 특구도 힘을 내고 있다. 고인쇄박물관 건너엔 금속활자 전수교육관, 근현대 인쇄 전시관, 작은도서관 등이 들어섰다. 내년엔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도 조성된다. 운리단길 골목상권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지역 골목 경제 융·복합 상권 개발 사업에 뽑히기도 했다.
청주시는 운리단길을 중심으로 내년 말까지 166억원을 들여 차 없는 거리, 역사·문화 공간 등이 어우러진 도시 재생을 추진한다. 기록 문화의 상징인 <직지>를 테마로 한 과거·미래가 공존하는 길이 뼈대다.
운리단길 들머리인 청주고인쇄박물관부터 흥덕초까지 180m는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한다. 이어 흥덕초부터 운리단길 날머리인 운천신봉 주민센터까지 350m는 완전 도로를 조성한다. 이 도로는 자동차 위주의 도로에서 벗어나,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을 충분히 고려한 보행자 친화 길이다. 주민 편의를 고려해 차 없는 거리와 완전 도로를 잇는 대체 도로(155m)도 만들 계획이다.
운리단 길 주변 도시 재생 계획도. 청주시 제공
또 ‘기록의 과거와 미래 공존’을 주제로 ‘구루물 아지트’와 ‘구루물 학당’, ‘디지털 헤리티지 체험마당’, ‘청년 문화가로’ 등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할 참이다. ‘구루물’은 ‘운천’의 옛 이름이다. 주민 신백수씨는 “운리단길로 입소문이 나고, 도시재생이 추진되면서 잊혔던 운천동 골목·거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다. 자치단체 등의 지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코로나19의 종식 등이 어우러져 운리단길이 전국적인 명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