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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는 남북을 오간다…황새 87마리 야생 활동

등록 2020-08-11 16:45수정 2020-08-26 15:07

2015년 58마리 자연 방사 뒤 49마리 늘어
‘야생 본능’으로 북한·중국·러시아까지 이동
우리 산하에서 꾸준히 개체를 늘려가는 천연기념물 황새.
우리 산하에서 꾸준히 개체를 늘려가는 천연기념물 황새.
1971년 4월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한 밀렵꾼이 쏜 총탄에 황새 수컷이 숨졌다. 우리 산하에서 천연기념물 199호 황새가 사라진 순간이다. 남은 암컷은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1994년 숨졌다. 우리 산하는 물론 한반도에서 황새가 멸종했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1996년 러시아·독일 등지에서 황새를 들여와 인공 번식, 자연 부화 등을 통해 황새를 복원했다.

황새생태연구원 등은 2015년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황새공원(13만5669㎡)을 조성하고, 그해 9월 3일 황새 8마리를 자연으로 돌려 보냈다. 우리 산하에서 황새가 사라진지 44년 만이었다.

5년 전 산하로 돌아간 황새는 어떻게 됐을까? 지금 우리 산하엔 황새 87마리가 노닐고 있다. 예산 황새공원은 올해 8마리를 자연 방사하는 등 5년 사이 황새 58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요즘 우리 산하엔 황새가 부쩍 늘었다. 황새공원 주변 충남뿐 아니라 전북, 경북, 충북 등에서도 황새가 목격된다. 사육 황새(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47마리, 예산 황새공원 118마리)를 자연으로 방사한 것도 있지만, 자연에 적응한 황새가 야생 상태에서 짝짓기를 통해 꾸준히 자손을 늘려가기 때문이다.

2016년 한 쌍이 2마리를 번식한 데 이어, 2017년 3쌍이 9마리로 늘리더니 올핸 5쌍이 19마리로 늘렸다. 지금까지 자연 상태에서 번식한 개체 수만 49마리에 이른다. 그 사이 방사, 자연 번식 등으로 107마리까지 늘었지만 15마리가 야생에서 죽었으며, 5마리는 야생 적응 과정에서 다쳐 사육장으로 돌아왔다. 하동수 예산 황새공원 연구팀 박사는 “자연으로 돌려 보내 황새가 야생에 잘 적응하면서 꾸준히 개체를 늘리고 있다. 특히 야생 번식 쌍이 증가하는 게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과 황새공원 등은 내년부터 야생 황새 전국화를 위해 전국 곳곳에 황새 방사장을 조성할 참이다. 충남 예산에 조성한 방사장 6곳에 이어 충남 서산, 충북 청주, 경남 김해, 전북 고창, 전남 해남 등 5곳에 단계적 방사장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하 박사는 “기존 자연 방사된 황새가 주로 머무는 곳을 조사했더니 이들 4곳의 방문·생활 빈도가 높았다. 서해안·갯벌·습지 등을 갖춰 황새 서식 환경이 좋은 곳이다. 청주는 내륙이지만 미호천을 끼고 있으며, 마지막 황새가 생활했던 곳인 데다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있어서 그런지 자주 찾았다”고 말했다.

황새의 북한 방문 기록도 재미있다. 지난 2015년 황새 자연 방사 이후 위성항법장치(GPS)가 달린 47마리 가운데 15마리(32%)가 북한을 방문했다. 2017년 방사된 ‘갈황’이는 북강원도 원산, 황해남도 옹진 중국 단둥 등지를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방사된 ‘행운’이는 북한, 중국을 넘어 아예 러시아 아무르 지역에 머무르고 있다. 하 박사는 “과거 황새는 먹이, 기후, 서식 환경 등을 좇아 남북은 물론 중국, 러시아 연안을 아우르는 새였다. 자연으로 돌아간 황새가 남북을 오가고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은 야생 적응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예산 황새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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