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자씨가 자택에서 자작시 ‘아침에는 두부국, 저녁에는 싸움국’을 쓰고 있다. 사진 증평군 제공
“속만 썩이던 영감님 평생 미워했는데 그 양반이라도 있으니 든든하다. 밖에 나갈 때는 마스크도 챙겨주고….”
코로나19 여파가 가져온 노 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장금자(73·충북 증평군 증평읍 송산리)씨의 시 ‘아침에는 두부국, 저녁에는 싸움국’의 한 부분이다. 이 작품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공모한 ‘전국 성인 문해교육 시화공모전’에서 최우수상에 뽑혔다. 손수 시를 쓰고 그림도 그렸다.
공모전 심사위원회는 “표현이 절제되고 독창적이다. 한글을 깨우친 지 얼마 안 된 이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장씨는 “코로나19로 집에서 남편과 생활하면서 느낀 점과 한글을 익힌 기쁨을 시에 담았는데 좋게 봐줘서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에서 작품 3800여편이 출품됐으며, 장씨의 작품 등 수상작은 오는 9월 <온라인 전국성인문해교육 시화작품전>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된다.
장금자씨가 직접 쓰고 그린 작품 ‘아침에는 두부국, 저녁에는 싸움국’. 사진 증평군 제공
장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증평군에서 운영한 ‘찾아가는 문해학교 동행학당’에서 매주 수·토요일 2시간씩 한글을 공부했다. 애초 학당은 지난해 3월 개강해 그는 동기보다 9개월 늦게 입학한 늦깎이 학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월21부터 한글 학당이 문을 닫자 독학으로 한글을 익혔다. 한글 강사를 집으로 초대해 마스크를 쓰고 과외를 받기도 했다. 이흥연 동행학당 한글 강사는 “문해학교 등에서 수년 동안 한글을 가르쳤지만 장 할머니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처음 본다. 초등학생용 국어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써 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장씨는 한글을 더 익혀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자서전을 내는 꿈을 키우고 있다. “가정 형편으로 못 배운 한이 있어 이번이 아니면 영영 한글을 못 익힐 것 같아 절박함으로 공부했다. 모르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니까 다른 분들도 용기를 내서 도전하길 바란다”고 그는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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