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사건 현장인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앞에 조성된 노근리 평화공원.
한국전쟁 때 미군이 저지른 대량 인권 침해 사건의 상징인 ‘노근리 사건’ 70돌 기념식이 사건 현장인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열린다. 그동안 노근리 유족회 등이 행사를 주관했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정부 주도로 행사를 연다.
노근리사건 7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29일 오전 10시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노근리 사건 70돌 기념식을 한다고 28일 밝혔다. 정부는 2011년 191억원을 들여 미군이 피란민을 학살(정부 확인 희생자 226명)한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바로 앞 13만2240㎡에 추모비·기념관 등을 곁들인 공원을 조성했다.
노근리 사건 70돌 기념식의 주제는 ‘평화와 화해의 큰 걸음으로’다. 고통의 언덕을 넘어 평화로, 눈물의 강을 건너 화해로 가자는 뜻을 담았다.
기념식에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처음으로 참석하고, 이시종 충북지사, 박세복 영동군수, 양해찬 노근리 유족회장 등 100여명이 함께할 예정이다. 애초 1천여명이 참석하는 기념식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크게 줄였다. 정구도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이사장(노근리 유족회 부회장)은 “사건 발생 70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기념식이어서 뜻깊다. 다음 기념식은 평화와 화해의 큰길로 나아가자는 뜻에서 우리 대통령과 미국 정부, 미군 책임자, 시민 등이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념식에선 노근리 사건을 되돌아보는 영상 ‘노근리의 외침’이 선보인다. 영상엔 한국전쟁 발발과 유엔군 참전, 노근리 사건 발생, 피란민 사격 정책과 국가 공권력에 의한 희생, 피해자의 고통과 아물지 않는 상처, 진상 규명 노력과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유감 표명, 역사 현장 노근리 등이 담겨있다. 정구도 이사장은 “노근리 사건은 가해자 미국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책임이 있다. 노근리 사건 하루 전날인 1950년 7월25일 대구 임시정부 회의에서 피란민에게 사격해도 좋다는 미군의 결정에 한국 정부가 동의했다는 문서·자료가 있다. 미국과 함께 한국 정부도 유족 배·보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연, 헌화와 분향, 추모사 등이 이어진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영동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