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9일 발표한 고속철도 세종역 신설안. 세종시 제공
고속철도(KTX) 세종역 논란이 재점화했다. 세종시가 세종역 추진 계획을 내놓자 이웃 고속철도역이 있는 충북(오송역)과 충남 공주 등은 크게 반발했다. 국토교통부도 ‘세종역 불가’ 뜻을 내놨다.
세종시는 9일 “고속철도 세종역 관련 사전 타당성 조사를 했더니 비용 대비 편익이 0.86으로, 지난 2017년 조사 0.59보다 0.27 늘었다. 세종시 인구, 미래교통량, 국가 교통 수요 예측 등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종시는 “세종역 설치 공감대가 형성되면 예비 타당성 조사 등 후속 절차를 추진한다. 세종역은 오송역을 보완해 장기적으로 오송역과 세종시를 행정 수도로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역 논란의 출발점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2016년 총선 때 세종역 신설을 공약했고, 이춘희 세종시장이 거들었다. 이에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사전 타당성 조사를 벌였고, 비용대비 편익이 0.59로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대표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20일 대선 청주 유세 과정에서 “세종역 문제는 충청권 단체장 간 합의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2018년 11월5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해 “세종역 신설은 현실적이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으며,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같은 해 11월14일 ‘세종 경유 호남선 KTX 직선화 추진 의원 모임’과 가진 간담회에서 “세종역 신설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세종시는 지난해 5월 1억5천만원을 들여 아주대 산학협력단에 맡겨 세종역 신설 사전 타당성 조사를 다시 진행했다.
세종시의 세종역 재추진에 국토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현재 여건에선 세종역 신설 추진이 불가하다. 세종역은 부본선 없이 본선에 고속열차를 정차하는 계획으로 안전에 매우 취약하며, 열차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호남선 고속철도 장재터널 위에서 본 세종역 예정지. 오윤주 기자
세종시는 금남면 발산·용포리 일대(20만6000㎡)를 세종역 후보지로 내놨으며, 예산은 1425억원으로 추정했다. 동북쪽에 청주 오송역, 남서쪽에 공주역이 각각 22㎞ 떨어진 곳이다. 세종역 예정지는 호남선 고속철도 장재터널과 영곡터널 사이 길이 680m, 높이 5~10m 안팎의 다리 위다. 간선급행버스(BRT)로 세종시청까지 5분, 정부세종청사까지 10분 남짓 걸린다. 이 다리 아래는 논밭, 하천 등이다. 김재문 한국교통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는 “터널과 인접한 다리 위에 역을 건설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시야 확보와 안전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북과 공주 등에서 반발이 이어졌다. 충북도는 보도자료를 내어 “(세종시) 자체 용역이지만 비현실적인 계획이다. 오송역은 세종시 관문역으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접근성 등을 보완하고 이용 편리성을 높이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종운 공주시의회 의장도 “국외 고속철도 사례를 보면 대개 역 간 거리가 70㎞ 이상인데 22㎞ 떨어진 곳에 역을 만든다는 것은 고속철도를 시내버스화하는 것으로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지역 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세종역은 절대 설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두영 KTX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균형발전국민포럼 상임대표)은 “세종시와 서울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수도권 인구 분산이라는 세종시 건설 계획과 맞지 않는다. 세종역은 세종시 공무원 출퇴근을 위한 특혜·특권의식에 영합하려는 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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