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단양·옥천·제천·음성 등 학교 관사, 별관 등 7곳에 붙어 있는 ‘전두환 하사금’ 표지판. 충북교육청은 이들 표지판을 모두 떼기로 했다.
‘이 건물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하사금으로 건립한 것입니다.’
충북 음성의 한 중학교 관사 출입계단 위에 붙어 있는 건물 준공 표지판에 쓰여 있는 글귀다. 가로 35㎝, 세로 22㎝ 크기의 표지판에는 ‘착공일 1987.6.29. 준공일 1987.8.27’ 안내도 있다. 두달도 안 돼 후다닥 지은 건물은 건평 57.9㎡(대지 1433㎡) 규모 단층 건물, 당시 학교 재산 대장에는 1387만4천원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 학교 행정실장은 “학교와 1㎞ 남짓 떨어진 곳으로 교장 관사로 쓰다가 건물이 낡아 지난 2월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표지판은 별 신경 쓰지 않고 건물을 관리해왔다. 재산 대장에 예산이 기록돼 있는 것을 보면, 관사를 하사금으로 지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두환 하사금’ 언급이 있는 충북 음성지역 한 학교 관사. 사진 속 붉은 동그라미 부분이 ‘전두환 하사금’ 표지판.
비슷한 크기, 동일한 문구의 표지판이 붙은 ‘전두환 하사금 관사’는 보은·단양·옥천·제천·음성 등 7곳에 있다. 5곳은 사용하고 있고, 2곳은 매각이 진행 중이다.
충북교육청 역사바로세우기 추진단(단장 김영미 교육국장)은 이들 관사·별관에 붙어 있는 표지판을 모두 떼기로 했다. 역사바로세우기 추진단은 5·18 민주화운동 40돌을 맞아 역사 바로세우기의 하나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중 건립된 교육시설 전수 조사를 벌여 이들 표지판을 확인했다.
김미경 충북교육청 학교혁신과 장학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된데다 표지판에 언급된 ‘하사금’도 사실이 아니다. 당시 서류 등을 보면 교육 관련 예산으로 관사가 지어졌지만 마치 개인 돈을 하사한 것처럼 표현해 치적 사업으로 꾸몄다”며 “학교 관사·별관 7곳에 붙어 있는 ‘전두환 하사금 표지판’을 모두 떼 교육박물관 등에 보관하고, 사진·논의 관련 기록 등을 담아 역사 교육 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교육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