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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선생’ 교육 현장 투입 교육경쟁력 사업 무산

등록 2020-05-12 16:20수정 2020-05-12 16:40

충북도 시군 고교 7~9곳 뽑아 1억5천만원 지원
외부 강사, 컨설턴트 등 고교 현장 투입 추진 무산
충북도 “신청학교 한 곳도 없어 무산, 교육청 비협조 유감”
교육청 “시대정신 맞지 않아, 미래형 교육 추진”
한순기 충북도 기획관리실장이 12일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지역 교육경쟁력 강화 사업 무산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한순기 충북도 기획관리실장이 12일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지역 교육경쟁력 강화 사업 무산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북도 등 자치단체들이 예산을 들여 ‘족집게 선생’으로 불리는 유명학원 강사, 입시 컨설턴트(상담사) 등을 고교 교육 현장에 투입하려던 ‘지역 교육경쟁력 강화 사업’이 무산됐다.

충북도는 12일 “지역 인재 육성 방안의 하나로 ‘지역 교육경쟁력 강화 사업’을 추진했지만 학교 쪽에서 신청하지 않아 무산됐다.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충북도, 청주시 등 11개 시군은 지난달 7일 충북지역 일반고 7~9곳을 뽑아 진로·진학, 학력 향상 등을 위해 학교 당 최대 1억5천만원씩을 지원하는 교육경쟁력 강화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11일까지 대상 학교를 공모했지만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사업을 주도한 충북인재양성재단(이사장 이시종 충북지사)은 당시 외부 유명강사 초빙, 입시 컨설팅(상담), 수능 특강, 국어·영어·수학 집중 수업, 학생부 종합 전형 대비를 위한 차별 교육 과정 운영, 상위권 학생 심화학습·중위권 학생 보충학습, 전국 우수학교 벤치마킹(견주기) 등 다양한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박익규 재단 사무국장은 “지원금 사용은 대입 대비 학원 강사 초빙 족집게 강의, 외부 입시 전문 상담(컨설팅) 인력 교육 현장 투입 등 모든 제한·제약을 풀고 학교 자율에 맡길 계획이다. 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높이고, 선생님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북지부가 지난달 23일 충북도청 앞에서 지역 교육 경쟁력 강화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북지부가 지난달 23일 충북도청 앞에서 지역 교육 경쟁력 강화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하지만 교육 단체들은 특권 의식을 조장하는 반인권적 사업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충북지부는 지난달 23일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북도와 인재양성재단의 교육경쟁력 사업은 자사고 설립 논란을 빚어온 이시종 충북지사의 시대착오적 교육관을 반영하는 학교를 찾아 입시 경쟁 교육을 하게 하고, 돈을 대는 특혜다. 당장 철회하고,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달 9일 충북교육연대도 보도자료를 내어 “충북도와 인재양성재단의 지역 인재 육성은 특권·입시 경쟁 조장이다. 충북도는 특정 대학 진학률을 높이려고 일부 학교에 예산을 몰아 줄 게 아니라 소외계층 교육 지원에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도는 교육경쟁력 강화 사업 무산과 함께 교육부와 충북교육청과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도는 그동안 지역 인재 육성(명문고)의 하나로 △자율형 사립고 설립 △충북 이전 공공기관·기업 자녀 고교 특례 입학 △자율학교 지정 등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한순기 충북도 기획관리실장은 “그동안 명문고 육성 실현을 위해 노력했지만 교육부와 충북교육청의 비협조로 모두 해결되지 못했다.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다른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상열 충북교육청 정책기획과장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협조하지 않은 게 아니라 충북도 등이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 방법으로 명문고를 억지로 만들려고 한 게 문제다. 대학 입시를 겨냥한 몇몇 특정 학교를 지원하기보다 방사광 가속기 등 미래 세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과 모든 학생을 아우르는 교육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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