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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에 외국인 노동자 일손 부족…속 타는 농촌

등록 2020-03-04 19:37수정 2020-03-05 02:32

국외 계절노동자들 입국 포기·연기
일하던 이들까지 불안 호소 출국
농번기 앞두고 일손 구하기 버거워
재배지 줄고 품종 전환 고육책
강원도 양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계절노동자와 고용주가 소통하고 화합하는 ‘외국인 계절노동자 어울마당’이 지난해 7월8일 남면 용하체육관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양구군 제공
강원도 양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계절노동자와 고용주가 소통하고 화합하는 ‘외국인 계절노동자 어울마당’이 지난해 7월8일 남면 용하체육관에서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양구군 제공

경북 영양군 청기면에서 땅 6만6천㎡에 고추·천궁 등을 재배하는 김도년(54)씨는 요즘 속이 타들어간다. 다음달 파종에 앞서 농사를 준비해야 하지만 일손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땐 국외 노동자를 데려와 일을 시켰는데 코로나19 이후 일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나마 일하던 이들마저 떠나는 실정”이라고 푸념했다. 게다가 다음달 16일 입국해 영양군 농가에서 일하기로 한 베트남 계절노동자 80명도 코로나19 여파로 입국을 포기했다. 김씨는 “이대로면 일손 덜 가는 품종으로 전환하거나, 재배 면적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국내 노동자를 구하면 되지 않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국인은 인건비는 둘째 치고 농촌에선 아예 일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군 동강면에서 벼논 99만㎡를 경작하는 죽암농장은 오는 16일 필리핀에서 노동자 5명을 고용하려 했지만 제동이 걸렸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노동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 농장 유아무개씨는 “못자리 설치 등 준비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데 걱정이다. 대체인력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 양구 해안면에서 1만1570㎡에 과수를 기르는 변재모(54)씨도 “농촌이 고령화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국외 노동자의 손을 빌렸는데 걱정”이라고 했다.

국외로 빠져나가는 노동자도 늘고 있다. 전남 고흥지역 오이·토마토 농가, 미역·김 사업장 등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 31명은 4일 한꺼번에 출국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농어촌 일손 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국외 계절노동자들이 입국을 포기하거나 시기를 늦추기 때문이다. 계절노동자는 3개월 단기 취업비자(C-4)로 국내에 들어와 농어촌 등에서 일한다. 임금이 국내 노동자의 절반 정도인 최저임금 수준인데다, 꾸준히 입국하는 이들로 안정적으로 일손을 구할 수 있어 농가 등에서 크게 반겨왔다. 이에 법무부는 올해 체류 시한을 5개월로 늘린 계절노동비자(E-8)도 도입하기도 했다.

2015년 관련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 11월 말까지 외국인 계절노동자 9693명이 국내 농어촌에서 일했고, 올해는 48곳의 지역에서 4797명이 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입국을 주저하는 노동자가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말을 들어보면, 이달 말 입국 예정 노동자 119명 가운데 필리핀, 베트남 국적의 12명이 4월 이후로 입국을 미뤘다. 충북도는 중국 지린시에서 오기로 한 계절노동자 201명을 캄보디아 노동자로 변경했지만 입국이 불투명하다. 이에 경북 영양군은 기존 결혼이주여성의 가족에게 체류 자격 외 활동 자격을 허가해 노동자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축산 농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농식품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까지 23개국 7823명의 국외 노동자가 국내에서 일했다. 대한한돈협회 홍성지부 관계자는 “일자리를 구하려고 대기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거나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안관옥 박수혁 송인걸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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