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지가가 괴산군 청천면 행정복지센터에 두고 간 편지와 현금 100만원.
충북 괴산 청천면에 발신 없는 봄소식이 날아들었다. 지난달 28일 금요일 오후 6시, 퇴근 무렵 면 행정복지센터(면사무소)는 조용하고 한가했다. 정적을 깨고 6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들어섰다.
“누가 이 봉투를 전해달라고 해 심부름 왔어요. 그 사람이 성도, 이름도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했어요. 알려지는 것 바라지 않는다고….”
농협 마크가 새겨진 봉투에는 현금 100만원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코로나19로 마음고생이 많으시리라 믿습니다. 어려운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모든 이들이 건강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몇 자 적었습니다.’
메모지를 뜯은 듯한 종이 한장 12줄 손편지에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 군데군데 오자가 더 정감있는 편지였다. 이상미 청천면 맞춤형복지팀 주무관은 “퇴근 무렵 이어서 민원인도 거의 없었고 직원들도 하루 일을 정리하느라 누가 다녀갔는지 살필 겨를이 없었다. 심부름 왔다는 60대 남성에게 몇 가지 여쭤 봤지만, 그마저 ‘더는 묻지 마시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했다.
청천면은 이 익명의 독지가를 찾으려고 이곳저곳 수소문하다 그의 뜻에 따르기로 하고 멈췄다.
청천면은 3일 그가 남긴 편지와 돈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에 보냈다. 이 주무관은 “코로나19로 사회가 각박해졌지만, 가슴 따뜻해지는 이런 사람이 있어 살 맛이 나게 한다. 이런 사랑으로 머지않아 위기를 넘을 것 같다”고 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괴산 청천면 행정복지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