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모 대표가 장안농장 현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장안농장 페이스북
친환경 쌈 채소 유통으로 한 해 평균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대표적인 채소 유통업체로 이름을 알린 충북 충주의 장안농장이 부도로 문을 닫으면서 관련 농가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른바 ‘상추 황제’로 불린 이 업체 대표 류근모(60)씨는 주변과 연락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충주시 등의 말을 종합하면, 충주의 유기영농조합법인 장안농장은 지난달 14일 부도 처리됐다. 장안농장을 이끈 류 대표도 주변 농가 등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 류 대표는 1996년 충주 신니면에 귀농해 장안농장을 세운 뒤 상추 등 친환경 쌈 채소 유통으로 한 해 평균 100억원대 매출을 올려 ‘상추 명인’ ‘상추 황제’ 등으로 알려졌다. 이길한 충주시 식량작물팀장은 “최근 장안농장의 부도 소식을 들었다. 상당수 농민 등이 농장에 가압류 등을 신청한 것으로 안다. 안타깝지만 시에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장안농장은 채소 유통업체의 ‘신화’로 손꼽힌다. 20여년 동안 친환경 쌈 채소 유통으로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이 농장은 2001년 농림축산식품부 선정 우수농장, 2004년 국내 최초로 유기농 아이에스오(ISO) 9001(국제품질보증) 인증까지 받았다. 류씨는 2006년 대산농촌문화상, 2007년 친환경농업대상, 2011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2012년에는 청와대 신년회에 초대되기도 했다.
장안농장을 찾은 도시 소비자 등이 농장에서 쌈 채소 수확 체험을 하고 있다. 장안농장 페이스북
하지만 결국 무리한 사업 확장이 경영난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안농장 전 직원은 “쌈 채소 유통 말고도 채소즙·간장·과자 등 가공, 식당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대형마트 매장 40여 곳을 운영하기도 했다. 무리한 확장에다 유기농 시장 위축 등 악재가 겹친 것으로 보인다. 체불임금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생산을 접고 유통 쪽으로 돌아서면서 농가 피해가 커졌다는 목소리도 있다. 애초 장안농장은 충주시 신니면 8만9100㎡ 농장에서 친환경 거름 등을 이용해 채소를 재배하고, 소·돼지 등을 길렀다. 도시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채소 축제·체험 행사도 했다. 하지만 유통량이 늘면서 사실상 생산은 접고 계약 농가가 생산한 채소를 수집해 파는 거상으로 전환했다. 장안농장 전 직원은 “언론 등을 통해 류 대표의 농장 직영이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론 생산보다 몇몇 ‘밴더’(중간 수집상인)를 두고 농가의 농산물을 수집해 되파는 구조였다. 관여한 농가가 많았던 터라 피해도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장안농장의 부도로 이 업체에 쌈 채소를 공급한 농가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 업체는 충주 등 주변 농가에서 상추·쌈 배추·쑥갓 등 각종 쌈 채소를 공급받아 대형마트와 중소 업체·식당 등에 유통해왔다. 충주 농민 전아무개씨는 “장안농장에서 밀린 채소 대금 3억원을 받지 못하고 죽지 못해 사는 심정이다. 장안농장과 계약해 쌈 채소 등을 공급해온 중소 영세 농가들의 피해가 막대하다. 아마 피해액은 100억원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주 지역 다른 농민은 “부도 소식을 듣고 농장에 찾아갔지만 문을 닫고 류 대표 등 농장 직원들은 자취를 감춘 상태여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정정 및 반론보도] 장안농장 관련
본지는 지난 2월25일 「연 매출 100억 ‘상추 황제’의 몰락…농민들 연쇄 피해」 제하의 기사에서 충북 충주의 장안농장이 경영난으로 인해 부도 상태이며,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아 농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장안농장은 법적인 의미의 부도가 아니라 지급불능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장안농장 대표는 “연락이 두절되거나 잠적한 바 없고, 여전히 농업을 하고 있으며, 경영난의 원인은 무리한 사업확장이 아니라 인건비 증가 때문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