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100여명이 31일 오전 중국 우한 교민이 임시로 머물 진천 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주변에 배치돼 주민과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피해 귀국하는 중국 우한 교민 수용을 반대해온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주민들이 반대입장을 철회하고 교민들을 막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내건 ‘수용 반대’ 펼침막을 스스로 철거하고 집회용 천막도 검역소로 운영할 수 있도록 내놓았다.
우한 교민 진천 수용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는 충북 혁신도시 안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임시 격리 수용될 우한 교민을 막지 않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윤재선 주민대책위 공동 위원장은 “진천 주민들의 불안이 여전하고, 정부의 대책과 조처가 미흡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교민 수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들 교민이 치유한 뒤 빨리 진천을 벗어나야 우리도 안정된다”고 말했다.
우한 교민 진천 수용 반대 주민대책위원회가 31일 수용 반대 펼침막을 제거하고 있다.오윤주 기자
주민대책위는 인재개발원 주변 등에 설치했던 펼침막을 손수 제거했다. 대책위는 “애초부터 우한 교민 국내 귀환 자체를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정부의 임시 수용 시설 결정 과정, 대책 등이 너무 미흡했다. 진천으로 오는 교민들이 편히 잘 쉬다 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우한 교민 170여명을 진천 혁신도시 안 인재개발원에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은 지난 29~30일 정부에 진천 수용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송기섭 진천군수(가운데)가 31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 등에게 안전 대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오윤주 기자
주민대책위는 이날 오후 이시종 충북지사 등과 만나 정부에 안전 대책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애초 대책위는 31일 오전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주민 50여명 정도만 모여 현장을 찾은 송기섭 진천군수 등에 안전 대책을 요구했다.
주민 조아무개씨는 “물리적으로 우한 교민을 막을 수 없지만 정부는 진천의 현실을 바로 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실제 많은 가정에서 어린아이 등을 친척 집으로 보내고 있으며, 상가 등이 문을 닫는 등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주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기섭 군수는 “안전 대책 본부를 꾸려 주변 방역, 감염 차단 등을 위해 온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정부, 충북도, 이웃 음성군 등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주민 피해를 줄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대책도 세우겠다”고 말했다.
아산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교민 수용 반대’를 외쳐온 주민들이 자신들이 내건 펼침막 떼고 해산하고 있다. 송인걸 기자
우한 교민 수용반대를 외쳐온 아산 지역 주민들도 수용하기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까지만해도 주민 수십여명은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삼거리 일대에서 간헐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정부 정책을 비난하기도 했다. 진입로에는 이날 새벽 아산시민단체협의회 이름으로 ‘힘내세요 아산시민은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펼침막 4개가 내걸렸으나, 이를 목격한 반대 주민들이 찢어 버리는 일도 있었다. 경찰 인재개발원 진입로에 사는 김아무개(50·농업)씨는 “천안 시설이 부족해 아산으로 왔다고 하는데 맏을 수 없다. 주민 불만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마을이 인접해 있는 경찰 인재교육원을 격리시설로 결정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귀국한 교민을 태운 버스 6대가 김포공항을 출발해 아산과 진천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또 다른 주민은 “우리 국민이니 안 받을 수 없지만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김아무개씨는 “이곳에서 잘 지내다 귀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영자(80)씨는 “그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겠냐. 그사람들도 건강하고 마을도 탈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진천·아산/오윤주 송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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