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 감물면의 한 마을 이장이 주민들에게 스마트 마을 방송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주민 여러분 이장이 알려드리겠습니다….”
농어촌 마을 곳곳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자주 듣는 마을 방송이다. 주로 마을 이장들이 각종 정보 등을 알릴 때 마이크를 잡는다. 하지만 방송 장비가 눈·비 등에 노출돼 쉽게 고장이 나거나 낡아 음질 상태가 시원치 않은 경우가 많다. 또 주민들은 일손이 바빠 방송을 놓치기 일쑤였다.
충북 괴산군이 이런 구닥다리 방송을 대체하는 스마트 마을 방송 시스템을 도입해 눈길을 끈다. 군은 지난해 9월 1억7천만원을 들여 마을 방송 서버를 구축하고, 이달부터 스마트 마을 방송을 하고 있다. 애초 마을 곳곳에 설치된 확성기 등 방송 장비를 교체하려다 사업비가 58억원에 이르자 스마트 방송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을 방송 시스템은 간단하다. 마을 이장이 괴산군청 방송 서버(043-834-0025)에 전화해 방송할 내용을 녹음하면, 서버는 자동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전화해 방송 내용을 전달한다. 주민들은 군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낯익은 이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일반 전화로도 방송·수신이 가능하다.
괴산군 통신관제팀 직원이 스마트 방송 시스템 장비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게다가 이 방송 시스템은 똑똑하기까지 하다. 방송을 한 이장에게 마을 주민 누가 방송을 듣고, 듣지 않았는지 명단까지 통보한다. 이장은 ‘괴산군 스마트 마을 방송’ 앱을 통해 방송을 듣지 않은 주민에게 다시 방송 내용을 전송할 수도 있다. 일 등으로 방송을 놓친 주민들은 괴산군청 방송 서버에 전화하면 언제든지 저장된 이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괴산 칠성면의 한 마을 이장은 “귀농·귀촌 주민이 많고 주민들이 곳곳에 떨어져 있어 방송과 전달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스마트 방송을 해 보니 효과가 좋다”고 밝혔다.
괴산군은 2~3월께 11개 읍면 이장 283명과 주민 등을 대상으로 스마트 방송 관련 교육·설명을 진행할 참이다.
정봉렬 괴산군 통신관제팀 주무관은 “스마트 방송이 정착되면 주민과 소통이 더 원활해질 것이다. 특히 괴산은 충북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데, 전화만 있으면 언제든 또렷한 방송을 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노인 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괴산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