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수리스크 고려인 민족학교 학생들이 김병우 충북 교육감(왼쪽에서 넷째)과 ‘손 하트’를 보이며 웃고 있다.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의 고려인 후손들이 할아버지의 땅을 찾았다.
5일 충북교육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러시아 우수리스크 고려인 민족학교 김발레리아 원장과 학생 14명 등 17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우수리스크에는 연해주 정착 고려인 1만5000여명이 살고 있으며, ‘헤이그 특사’ 이상설 선생 유허비, 최재형 선생 기념관 등 독립 운동가들의 유적이 곳곳에 조성돼 있다. 고려인 문화촌, 우정마을 로지나 서당 등에서도 한글·문화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고려인 민족문화자치회는 해마다 추석 무렵 고려인 축제를 여는 등 연해주 안 고려인의 중심이다.
고려인 민족학교는 이들 고려인 후손들에게 한글, 한국 전통문화 등을 가르친다. 최재형 기념사업회 등이 뜻을 모아 지난해 설립했으며, 인천·충북·전북교육청 등도 돕고 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지난 3일 김발레리아 고려인 민족학교 원장에게 장학금 1000만원을 건넸다. 이 장학금은 지난해 충북지역 초중고 187곳이 폐교과서 등을 모아 마련했다. 김 교육감은 “고려인 후손들이 한글, 한국 문화 등을 배우고, 익히려는 노력에 감동했다. 이들이 자라 한국과 러시아 교류의 다리가 돼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발레리아 원장은 “한국의 사랑에 감사드린다. 장학금이 고려인 4~5세인 이들 후손의 한글, 전통문화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앞줄 왼쪽 다섯째)이 지난 3일 김발레리아 고려인 민족학교 원장(앞줄 왼쪽 넷째) 등에게 장학금을 건넨 뒤 손하트를 그리며 축하하고 있다.
이들 고려인 후손들은 지난 3~4일 속리산 법주사, 서울 경복궁, 인사동, 명동 등에서 문화 체험을 했으며, 충북 음성에서 사할린 이주 동포를 만났다. 특히 학생들은 충북예술고 학생들의 가정에서 함께 묵으며 마음의 거리를 좁혔다. 고려인 민족학교 학생들과 충북예술고 학생들은 6일 한국 무용 합동 공연도 무대에 올릴 참이다.
정문희 충북교육청 민주시민교육팀장은 “러시아에서 한민족의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정체성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꾸준하게 도울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고려인 학생 유학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교육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