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주민들이 지난 9월 친일 왜곡 발언 등으로 물의를 산 정상혁 보은군수 퇴진을 촉구하는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정상혁 보은군수 퇴진 운동본부 제공
이른바 ‘친일·역사 왜곡’ 발언 등으로 물의를 산 자유한국당 소속 정상혁(78) 충북 보은군수 퇴출을 위한 주민소환이 시작된다.
보은지역 시민사회 단체 등이 꾸린 정상혁 보은군수 퇴진 운동본부(정 군수 퇴진본부) 등은 오는 17일께부터 60일 동안 정 군수 주민소환을 위한 주민 서명 동의 운동을 펼친다고 6일 밝혔다. 정 군수 퇴진본부는 오는 10일 오전 11시 보은읍 중앙네거리에서 정 군수 주민소환 선포 기자회견도 열 참이다.
정 군수 퇴진본부는 “아베 정권을 두둔하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모욕한 정 군수의 친일 발언은 동학의 성지, 의병의 고장인 보은군의 군민에겐 치욕이다. 더는 정 군수를 군수로 인정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정 군수를 끌어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성수 시인을 주민소환 대표 청구인으로 정했으며, 보은지역 읍면 11곳을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종교·노동·문화·예술인 등 60~70여명이 서명을 주도한다고 설명했다.
주민소환은 주민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자치단체장·의원 등을 투표로 파면할 수 있는 제도로, 19살 이상 주민 100분의 15 이상이 청구하면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보은군의 19살 이상 주민은 2만9465명이어서 4419명 이상이 청구하면 주민소환 투표를 할 수 있다. 또 보은지역 읍면(11곳)의 3분의 1인 4곳 이상에서 15% 이상 청구해야 한다. 주민소환 청구 요건을 갖춘 뒤 주민 33.3%(9811명) 이상 투표에 참여해 과반이 찬성하면 정 군수는 직을 잃게 된다.
서성수 주민소환 대표 청구인은 “지역 최대 축제인 대추축제(10월 11~20일) 관광객 감소와 농산물 불매운동 등 주민 피해 우려 때문에 주민소환 운동 시기를 농한기로 미뤘다. 하지만 정 군수는 친일 망언뿐 아니라 3선 연임 동안 각종 의혹, 부실 행정으로 주민의 원성을 사 온 터라 주민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군수를 겨냥한 주민소환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3년 정 군수가 엘엔지(LNG) 발전소 유치에 나서자 주민 대책위원회가 주민소환 운동을 벌였지만, 발전소 유치가 무산되면서 주민소환까지 이르지 못했다.
정 군수는 지난 8월26일 이장단 워크숍에서 일본 지인 등의 말을 인용한다며 ‘한일 협정 때 받은 5억 달러로 한국 경제가 발전했다’, ‘위안부 문제는 돈 받은 거로 끝났다’, ‘불매운동하면 한국이 손해다’ 등의 친일, 왜곡 발언으로 물의를 샀다. 이에 대해 정 군수는 “일본에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몇몇 사례를 들어 설명했는데 오해가 있었다. 심려를 드려 국민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승면 정 군수 퇴진본부 집행위원장은 “정 군수는 친일 왜곡 발언 말고도, 예산으로 조성한 훈민정음 공원의 범종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는 등 재임 10년 동안 셀 수 없는 실정으로 물의를 샀다. 주민소환은 친일 발언 규탄뿐 아니라 정 군수의 10년을 심판하는 시민운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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