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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구·경북·울산 ‘재정난’ 내세워 ‘생활임금’ 도입 미적

등록 2019-12-05 18:17수정 2019-12-06 02:32

광역 지방정부 17곳중 4곳 미도입
공공부문 비정규직 같은 일해도
지역따라 월급 30만원 차이
내년에는 ‘생활임금 1만원 시대’
“하루빨리 전국 모든지역 도입을”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가 지난 2일 충북도청 앞에서 충북도에 생활임금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제공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가 지난 2일 충북도청 앞에서 충북도에 생활임금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제공

충북도청 기간제 직원 이아무개(38)씨는 시급 8350원을 받는다. 최저임금이다. 하루 8시간씩 24~25일 일하고, 특근·주휴수당까지 더한 월급은 200만원이 조금 넘지만 세금을 떼면 180만원 정도를 손에 쥔다. 하지만 전남도청에서 기간제로 일하는 김아무개(40)씨는 다달이 200만원 이상을 받는다. 김씨의 시급은 1만원이다.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은 생활임금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노동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말하는 것이라면, 생활임금은 3인 가구 기준 노동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으로 지역 물가 등을 고려해 지방정부가 조례로 정한다. 시급 기준으로 올해 전국 평균 생활임금은 9629원이다. 내년에는 1만8원으로 1만원 시대가 열린다. 2015년 서울시가 지방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생활임금을 도입한 뒤, 전남도 등 지방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려고 최저임금보다 조금 나은 생활임금제를 잇따라 받아들이고 있다.

5일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의 자료를 보면, 전국 광역 지방정부 17곳 가운데 13곳(76.5%), 기초 지방정부 226곳 가운데 93곳(41%)이 생활임금을 받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역 지방정부 가운데 울산·대구·경북·충북 등 4곳은 생활임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충북과 대구는 모든 광역·기초 지방정부가 생활임금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비슷한 일을 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역에 따라 임금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임금을 받는 곳과 최저임금에 그친 지방정부 노동자의 임금은 하루 8시간 기준으로 1만1344원, 한 달 25일 기준으로 28만3600원 차이가 난다. 충북도청 기간제 노동자 이씨는 “공공기관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데 30만원 정도 임금 차가 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루빨리 생활임금제가 도입돼 임금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지방정부에서는 재정난 등을 이유로 생활임금을 꺼리고 있다. 박종혁 충북도 노사협력팀 주무관은 “재정자립도도 낮고 재정 여건도 좋지 않아 생활임금 도입이 쉽지 않다. 최저임금을 받는 수많은 민간 부문 노동자와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경제 상황, 여건 등이 나아지면 언젠가는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9년 시도 재정자립도 현황. 행정안전부
2019년 시도 재정자립도 현황. 행정안전부

시민단체들은 민간 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공 부문이 앞장서 생활임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순자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집행위원은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해서 일부 지방정부들이 적극적으로 생활임금을 도입하고 있다”며 “재정, 형평성 등을 운운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충북(35.95%)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강원(28.55%), 전남(25.69%)도 생활임금을 적용하는 상황이다.

김 위원은 “충북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주민발의를 통해 생활임금 조례 제정에 나설 생각”이라며 “생활임금을 도입하지 않은 경북, 대구, 울산 등의 공무원, 시민단체 등과도 연대해 생활임금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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