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이는 재능이 남보다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마라. 한 가지를 이루려고 힘써라.” 충북 증평에서 나고 자란 백곡 김득신(1604~1684) 선생이 남긴 묘비명 글귀다.
지난해 선생의 모습을 친근하게 형상화한 캐릭터를 저작권 등록한 충북 증평군이, 김 선생을 지역 대표 인물로 내세워 지역과 제품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군은 4일 충북인삼농협, 증평양조장 등과 김득신 캐릭터 활용 협약을 하는 등 민간 제품 홍보 영역에도 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앞서 군은 ‘김득신 문학관’을 설립했으며, 예술공장 두레는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괴상한 선비, 괴상한 도깨비를 만나다’를 창작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어려서 천연두를 앓은 선생은 10살이 돼서야 글공부를 시작했다. 선생은 홍문관 부제학을 지낸 김치의 아들이자 임진왜란 때 진주성 싸움을 이끈 김시민 장군의 손자다. 아버지 김치는 “읽고 또 읽으면 대문장가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쳤고, 선생은 그대로 따랐다.
선생이 남긴 독서 목록 ‘독수기’를 보면 놀랍다. 사마천의 <사기> 가운데 ‘백이전’은 1억1만3000차례 읽었다고 기록했다. 당시 1억은 십만을 뜻하는 단위여서, 지금 환산하면 11만 3000차례다. ‘노자전’ 등 1만 차례 이상 읽은 책만 36권이다.
지독한 ‘독서광’이었던 선생은 출세도 늦었다. 58살에 급제해 정선군수, 동지중추부사 등을 지냈다. 하지만, 문장은 대단했다. 효종은 “백곡의 ‘용호’는 당나라 시에 견줄만하다”고 했으며, 이식은 “백곡이 당대 최고의 문장”이라 극찬했다.
김다영 증평군 미래전략팀 주무관은 “‘책 읽는 도시’, ‘교육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증평과 선생의 이미지가 맞아 떨어져 캐릭터를 개발하고,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효과가 좋아 공공 홍보뿐 아니라 민간 부문 홍보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증평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