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중앙초 학생들이 교내에서 직지 책사랑 축제 북 콘서트 행사를 하고 있다.
1946년 3월 충북 청주 중앙초가 문을 열었다. 여느 지역 중앙초가 그러하듯 청주 중앙초도 청주 최도심(문화동)에 자리 잡았다. 길 건너 바로 옆이 충북도청이고, 주택가를 끼고 있어 학생이 넘쳐났다.
하지만, 도시 외곽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도심은 비었고, 중앙초의 위세도 쪼그라들었다. 전교생 100명 남짓한 미니 학교로 전락하면서 폐교, 통폐합 입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학교는 결단을 내렸다. 2015년 3월 도심을 버리고 새 주거단지로 발돋움한 율량 2지구로 이전했다. 2014년 97명이던 학생은 지금 1729명으로 불어났다. 폐교 위기를 넘고 학교의 전통을 잇는 중앙초는 ‘이전 재배치’의 본보기로 꼽힌다.
중앙초에 이어 지난해 전교생 50명이던 청주 내곡초도 주변 송절동으로 옮기면서 30학급 1013명으로 학생이 불었고, 전교생 39명이던 소로초는 옥산 가락리로 이전하면서 26학급 882명의 대규모 학교로 변신했다. 모두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지역이다.
충북교육청은 도심 공동화,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는 이른바 ‘이농향도’ 등으로 학생 수가 크게 주는 학교를 새 주거단지로 이전하는 ‘이전 재배치’를 통해 제2의 중앙초를 찾는다.
교육청은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흥덕구 가경동 산 107-2, 복대동 288-128 등 두 곳을 대상으로 ‘이전 재배치’ 학교 공모에 나섰다. 공모를 통한 이전 재배치는 충북교육청이 처음 도입했다. 2025년 24학급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62곳이 대상이다. 교육청은 지금 39학급 전교생 994명인 ㄴ초는 6년 뒤 551명으로, 42학급 984명인 ㅅ초는 538명으로, 30학급 764명인 ㅅ초는 390명으로 학생이 급감하는 등 이전 재배치 대상으로 꼽힌 대부분 학교의 학생 수가 크게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란 충북교육청 학생배치팀장은 “아파트 신축 등으로 학교 수요가 있는 곳에 새 학교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학교를 이전 재배치하면 전통 유지 발전, 교육환경 개선, 교육 수혜 확대 등 효과가 많다. 기존 학교는 교육·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시민도 좋다”고 말했다.
이전 재배치 학교에는 희망에 따라 3~5년 동안 자율학교로 지정하는 등 각종 혜택을 줄 참이다. 교육 보통교부금을 5년 동안 40억~60억원 지원하고, 이 가운데 20~30억원은 학교 운영 기본 경비로 학교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또 30억~40억원은 학생 통학 지원 등 교육 환경개선비로 쓰게 하고, 이전 학교 교직원에게도 승진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이 팀장은 “이전 재배치 공모는 교육기관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라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의 선택으로 진행한다. 이전 재배치가 안착하면 적정 학교 운영과 학교 간 균형 발전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청주 중앙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