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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초 홍명희 “오십 반생 사모하고 우러른 친구가 단재”

등록 2019-10-21 17:14수정 2019-10-21 17:32

26~27일 청주·괴산 등서 열리는
홍명희 문학제서 둘의 우정 조명

“내가 단재와 사귄 시일은 짧으나 사귄 정의는 깊어서 오십 반생에 중심으로 경앙(사모하여 우러름)하는 친구가 단재였다.”

벽초 홍명희(1888~1968) 선생은 ‘상해시대의 단재’라는 글에서 여덟살 터울의 형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을 스스럼없이 친구라고 했다. 단재는 1930년 뤼순 감옥 이감 직전 쓴 ‘홍 벽초씨에게’란 편지에서 “형에게 한마디 말을 올리려고 이 붓이 뜁니다. 참자니 가슴이 아픕니다마는 말하련 즉 뼈가 저립니다”라고 글을 이었다.

둘은 짧은 만남이었지만 영원히 벗으로 지냈다. 단재와 벽초는 1913~1914년 중국 상하이에서 독립운동단체 ‘동제사’ 활동을 함께했다. 1918년 베이징 석등암에선 한 달 남짓 함께 생활했다. 강영주 상명대 명예교수(국어교육과)는 “단재와 벽초는 충청도 양반 출신에 한학을 수학했고, 역사와 문학에 조예가 깊은 데다 우국충정에 가득 차 있는 등 공통점이 많아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벽초는 1918년 여름 귀국했고, 단재가 이역만리에서 숨을 거두기까지 둘은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편지를 주고받은 둘은 여느 막역지우 이상이었다. 1924년 5월 단재는 <동아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있던 벽초에게 원고 게재와 함께 서울에 살던 처자를 부탁하기도 했다. 단재의 옥사 소식을 들은 벽초는 <곡 단재>란 글에서 “단재는 살아서도 사람이고, 죽어서도 사람이다.(중략)그 기개, 그 학식을 무슨 불에 태워 재가 될까? 모두가 거짓말 같다. 단재에게 한 마디 물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간 곳이 멀지 않거든 내 소리 들어라. 단재! 단재!”라고 절규했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국어교육과)는 ‘단재 신채호와 벽초 홍명희’ 논문에서 “단재와 벽초는 양반계층이면서 주자학적 이데올로기를 넘어 민족 해방을 위한 진보주의적 세계관을 지니고 있었다. 단재가 ‘조선혁명선언’에서 주창한 민중의 직접 혁명을 벽초는 소설 <임꺽정>에서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둘은 충북민예총, 사계절출판사, 충북문화관 등이 오는 26~27일 청주, 괴산 등에서 여는 24회 홍명희 문학제에서 다시 만난다. 26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선 개회식에 이어 ‘신채호와 홍명희, 이제 그들을 어떤 방식으로 기억해 가야만 할까’(심용환 역사 엔연구소장), ‘벽혈단심, 단재와 벽초의 우정’(강영주 상명대 명예교수) 등 학술강연, 풍물굿패 씨알누리와 소리꾼 조애란·김강곤 등이 펼치는 ‘단재와 벽초, 그 붉고 푸른 정신’ 기념 공연이 이어진다.

27일엔 단재가 나고 자란 청주 낭성 단재 생가와 벽초가 꿈을 키운 괴산 생가 등을 찾는다.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김하돈 시인과 충북작가회의 김순영 시인이 안내한다. 김태희 사계절출판사 기획편집부 총괄팀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3·1 운동 100돌을 기념해 두 선생을 한 자리에 모셨다. 100년이 흘러도 유효한 단재와 벽초의 민족정신을 기억하고, 다가올 100년의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사계절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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