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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신’ 민준영·박종성 대원 기념관 세운다

등록 2019-09-01 19:48수정 2019-09-01 19:52

초대 직지원정대장 박연수 사무처장
“도전정신 직지 본향에 새기고 싶다”
10주기 25일 추모조형물에 유품 전시
지난해 11월 천주 고인쇄박물관 직지교 옆에 세운 민준영·박종성 대원 추모 조형물을 설명하고 있는 박연수 초대 직지원정대장. 사진 오윤주 기자
지난해 11월 천주 고인쇄박물관 직지교 옆에 세운 민준영·박종성 대원 추모 조형물을 설명하고 있는 박연수 초대 직지원정대장. 사진 오윤주 기자
“정상에 오르는 것만 바라는 등반, 셰르파에 의존하는 등반보다 우리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과정을 중시하는 등반을 해보자. 알파인 정신으로….”

2006년 가을 ‘직지원정대’를 만든 충북 산악인 고 민준영·박종성 대원은 늘 새 길을 찾아 오르는 ‘알파인 정신’을 강조했다. 2007년 파키스탄 히말라야 도전했다 실패했을 때도, 이듬해 파키스탄 차라쿠사 무명봉(6235m)에 올라 태극기와 직지기를 꽂을 때도 그랬다.

두 대원을 추모하고, 도전 정신을 기리는 기념관 건립이 추진된다. 박연수(55) 충북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1일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남긴 고려인처럼 새 길을 개척하려는 뜻에서 원정대 앞에 ‘직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 길을 고집한 두 대원의 도전 정신을 직지의 본향 청주에 새기고 싶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초대 직지원정대장으로 ‘영원한 대장’으로 불리는 산악인이다. 10년 전 베이스캠프에서 두 대원의 등반을 지휘했던 박 처장은 10년 뒤 그곳에서 ‘히말라야의 신’으로 귀환한 그들과 재회했다. 두 대원은 2009년 9월 히말라야 히운출리(6441m)에 ‘직지 루트’를 개척하려다 실종됐다가 꼭 10년 만인 지난 7월말 현지 목동에게 주검이 발견돼 지난달 17일 영혼으로 귀국했다. 박 처장은 “‘컨디션·날씨·속도 모두 좋다. 다음 무전은 오늘 등반 끝내고 하겠다’는 마지막 무전 생생하다. 10년 만에 귀환 명령을 수행해줘 고맙지만 다시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에 “두 대원은 진정한 알피니스트였습니다. 잘 돌아오셨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국민과 함께 그들의 귀환을 반겼다.

기념관 건립에 앞서 현지에서 수습한 두 대원의 유품이 시민에게 공개된다. 직지원정대, 충북산악구조대 등은 10년 전 두 대원이 실종된 날인 오는 25일 10년 동안 두 대원을 몸과 영혼을 이었던 자일(등산 밧줄), 등산화 등 장비를 청주고인쇄박물관 옆 두 대원 추모 조형물 앞에 전시할 참이다. 앞서 국립 산악박물관도 두 대원의 유품 기증을 요청했다. 이종택 산악박물관 전시유물실장은 “두 대원의 등반은 우리 산악사에서도 뜻있는 일이다. 두 대원의 유품을 귀하게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처장은 청주에 그들의 기념관을 만들고 싶다. 박 처장은 “두 대원의 도전과 개척 정신, 직지 원정의 기록, 화보, 영상 등을 모아 청주에 담고 싶다. 산악인, 시민, 청주시 등과 지금부터 한 발 한 발 새 등반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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