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8분10초, 조은누리.’
박연수(55) 전 직지원정대장은 지난 28일 아침 충북산악연맹 통장에 찍힌 이름을 보고 놀랐다. 지난달 23일 실종됐다가 지난 2일 11일 만에 기적적으로 돌아온 조양의 이름이 통장에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 통장은 2009년 9월 25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6441m) 북서벽 등산로 개척에 나섰다가 실종돼 10년 만에 히말라야의 신이 돼 주검으로 돌아온 민준영(36)·박종성(41) 대원 유해를 국내로 귀환시키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충북산악연맹이 최근 개설한 후원 계좌다.
충북산악연맹과 직지원정대 등은 두 대원 주검과 유품 등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현지 헬기 사용, 운구, 화장 등 비용으로 2천여만원을 썼다. 직지원정대 등은 두 대원의 귀환을 시민과 함께한다는 뜻에서 후원 계좌를 개설하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성금 모금을 해 왔다.
박 대장은 29일 오후 조양 어머니에게 감사의 전화를 했다. 조양 어머니는 박 전 대장에게 “두 대원이 1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소식 들었다. 슬픔이지만 가족에겐 더없는 기쁨이다. 우리 아이를 찾는 데 힘을 보탠 구조대에 작은 정성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장과 충북산악연맹 산악구조대는 지난달 23일 조양이 실종된 이후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산악 일대를 누비며 수색에 힘썼다. 산악 구조 경험을 살려 주로 험준한 지형에 투입돼 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경찰, 소방, 군부대 등 5700여명이 조양 수색을 벌였다. 박 전 대장은 “실제 수색에서 큰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조양이 후원 성금을 보내 놀랍고 감동이었다. 성금을 소중하게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지원정대 실종 대원 귀환 후원 성금 모금은 29일 오후까지 조양 등 40여명이 참여하는 등 열기가 뜨겁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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