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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정 5억달러로 경제 발전” 정상혁 보은군수 사퇴 요구 줄이어

등록 2019-08-28 17:35수정 2019-08-28 19:43

정 군수 “본뜻 왜곡, 심려끼쳤다면 사과”
사퇴요구 여론엔 “사퇴할 일 아냐” 일축
정상혁 보은군수. 보은군 제공
정상혁 보은군수. 보은군 제공
시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깎아내리고, 한일협정 때 받은 5억달러로 한국 경제가 발전했다는 등의 ‘친일 발언’을 쏟아낸 자유한국당 소속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에 대한 사퇴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정 군수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죄하면서도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

광복회 충북지부와 충북 3·1운동·대한민국 100주년 기념사업 범도민위원회는 28일 오전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 군수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온 국민이 ‘노 아베’ 운동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들끓고 있는 마당에 정 군수가 매국 망언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려 했다. 국민께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김원만 보은 민들레 희망연대 사무국장은 “친일 망언을 자랑스럽게 떠벌린 사람을 군수로 뽑은 게 창피하다. 보은지역 시민사회단체 긴급회의를 열어 정 군수 퇴진을 위한 집회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충북도당도 “정 군수가 일제의 반인도적 침략행위를 정당화하고, 위안부 할머니의 상처와 아픔을 후벼 팠다. 아베의 대변인, 극우 정치인으로 빙의한 정 군수는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보은군 누리집 등에도 ‘사퇴하라’ ‘일본 가서 살아라’ ‘일제치하 목숨 바친 분들이 지하에서 통곡하시겠다’ 등 비판 글이 이어졌다.

정상혁 보은군수. 보은군 제공
정상혁 보은군수. 보은군 제공
정 군수는 지난 26일 보은군 자매도시인 울산 남구에서 열린 보은군 이장단협의회 워크숍에서 “(한국은) 과거 한일협정 때 받은 배상금 5억불을 마중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며 일본 쪽이 지속해서 제기한 ‘한국발전론’에 동조했다. 또한 그는 일본 지인의 말이라는 전제를 달고선 “위안부는 한국만 한 것이 아니다. 중국·필리핀, 동남아 다 했지만 배상하지 않았고 한국만 5억불 받았다. 일본 돈 받아 발전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도 했다. 시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두고서는 “일본 물건 안 먹고, 안 사고, 일본 안 가고 하는 데 결과는 뭐냐? 일본 상품 불매하면 거꾸로 우리가 손해를 본다”고 평가절하했다.

시민들의 사퇴 요구 등 비판이 이어지자 정 군수는 “보은 군민이 아베 정권 규탄에 힘을 모으자는 뜻에서 몇 사례를 들어 설명했는데 오해가 있었다. 의도와 관계없이 독립유공자 가족과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인의 시각을 소개한 것일 뿐 제 뜻이 아니다. 그동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도시인 글렌데일과 보은에 소녀상을 세우는 등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폄하한 발언에 대해서는 “한국의 불매운동에 맞서 일본이 보복 불매를 하면 한국이 손해 볼 수 있어 소리 없이 불매 운동을 진행해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상혁 보은군수가(맨 왼쪽) 2017년 10월 보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 의원(왼쪽 둘째)과 이옥선 할머니(맨 오른쪽) 등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정상혁 보은군수가(맨 왼쪽) 2017년 10월 보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 의원(왼쪽 둘째)과 이옥선 할머니(맨 오른쪽) 등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그의 발언과 함께 보은 평화의 소녀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군수와 보근군민 등은 보은군 자매도시인 미국 글렌데일시와 보은 뱃들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웠다. 2017년 10월17일 보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때는 미 의회에서 위안부 문제 공론화에 힘쓴 마이크 혼다 전 미국 하원의원과 이옥선 할머니 등 위안부 할머니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정상혁 보은군수(오른쪽)가 지난 2017년 10월 보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마이크 혼다 전 의원에게 감사패를 건네고 있다. 오윤주 기자
정상혁 보은군수(오른쪽)가 지난 2017년 10월 보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마이크 혼다 전 의원에게 감사패를 건네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 3·1운동·대한민국 100주년 기념사업 범도민위원회는 “지금와서 보니 권력과 치적 과시욕에 빠져 위선으로 미국 소녀상 설치를 자랑하고, 보은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는 의혹을 들게한다. 가증과 위선을 벗고 사과하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정 군수는 “위안부로 끌려간 친구 누나의 사례를 눈물로 설명해 미국 글렌데일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나는 친일파가 아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소녀상을 세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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