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복수? 증오? 아니에요. 단 한마디, 잘못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연극 <치마>에서 위안부 할머니의 마지막 절규다.
충북 청주 극단 청년극장은 오는 8월12일 보은문화예술회관에서 창작 연극 <치마>를 초연한다. 3일 뒤 광복절에는 청주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연극 <치마>가 보은을 택한 이유는 ‘살아있는 평화의 소녀’로 불리는 이옥선(88) 할머니가 살기 때문이다. 대구가 고향인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중국에서 2년 넘게 생지옥 같은 삶을 살다 돌아와 보은에 정착했다.
그는 이후 허드렛일 등을 하며 모은 돈 2천만원을 보은군민장학회에 기부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2011년 국민포장을 받았다. 보은군과 주민들은 지난 2017년 10월 이 할머니의 뜻을 기려 뱃들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살아있는 평화의 소녀로 불리는 이옥선 할머니(왼쪽)가 2017년 10월 보은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미국 의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부각한 마이크 혼다 의원(오른쪽)과 환하게 웃고 있다. 오윤주 기자
<치마> 연출가 채승훈(53)씨는 “이 할머니를 가족처럼 품어 안은 보은군민들에게 첫 무대를 선물하고 싶었다. 광복절 즈음 일제의 만행을 함께 공유하고, 더 큰 미래를 꿈꾸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현재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수술한 다리가 아프고, 혼자 생활하기 어려워 지난겨울 보은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극을 통해 위안부 문제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에서 이 할머니는 13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금이로 나온다. 금이는 가수의 꿈을 키우다 위안부로 전락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순이의 곁을 지킨다. 연극은 위안부 문제와 함께 반성할 줄 모르는 지금 일본의 행태도 함께 꼬집는다. 연출가 채씨는 “태평양 전쟁 때 위안부는 일본 제국주의의 실체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른다. 지금 일본의 우익이 꼭 이 연극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단 청년극장 단원 등이 창작 연극 <치마> 연습에 한창이다.
<치마>는 충북도의 공연 창작 지원으로 탄생했다. 채씨는 2014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치마>를 희곡으로 각색했고, 김석원 남서울대 실용음악과 교수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다. 청주 모란무용단도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나정훈(51) 청년극장 대표는 “역사적 아픔을 춤, 노래, 이야기로 풀어냈다. 위안부 문제는 지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순이가 역사의 아픔을 치마로 품었듯이 관객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보듬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청년극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