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 등이 지난달 과수 화상병이 발병한 농가 등의 과수를 살피고 있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제공
충주, 제천, 음성 등 충북 중북부 지역에서 과실나무의 구제역으로 불리는 과수 화상병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일주일 새 확진 농가가 배 이상 늘었다. 충북은 미생물제를 활용한 과원 소독 등 특별 방제에 나섰다.
17일 충북도와 충북 농업기술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까지 충북지역 과수 농가 86곳(면적 60.29㏊)에서 과수 화상병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충주 46곳, 제천 36곳, 음성 4곳 등으로, 충북 중북부 지역에 집중됐으며, 90% 이상이 사과 농가다. 이 가운데 61곳 농가(면적 41.8㏊)는 이미 확진됐고, 나머지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농가도 간이 검사에선 모두 양성 판정이 나와 확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1일 27곳이던 확진 농가는 일주일 사이 배 이상 늘었다.
확진 농가 38곳(26㏊)의 과실나무는 이미 매몰을 마쳤다. 과수 화상병에 걸리면 주변을 통제하고, 과수는 모두 매몰 처분한다. 과수·열매가 검붉게 변한 뒤 죽어가는 과수 화상병은 뾰족한 치료제가 없고, 확산 속도가 빨라 묻는 수밖에 없다. ‘과수 구제역’, ‘과수 에이즈’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해엔 충주·원주·평창 등의 농가 135곳에서 발병해 과수원 80.2㏊가 문을 닫았지만 올핸 확산 속도가 더 빠르다.
과수 화상병에 감염된 과수. 과수 화상병은 발병하면 매몰 처분해야 하는 치명적 세균성 전염병으로 ‘과수 구제역’, ‘과수 에이즈’로 불린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제공
지난달 국내에서 처음 과수 화상병이 발병한 충남 천안(5건), 경기 안성(7건) 등은 이후 주춤해졌지만, 지난달 20일 충북으로 넘어온 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과수 화상병의 원인·감염 경로 등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충북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이 나서 감염 원인·경로 등에 대한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수년 전 감염한 뒤 잠복하다 최근 고온다습한 기후를 만나 발현하거나, 곤충·비·바람·사람 등에 의해 감염했다는 등 추정만 무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가에선 방제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과수 화상병 의심 신고를 한 농가 대부분 1~3차례씩 방제한 뒤 농업기술센터 등에 방제 이행 확인서까지 제출했는데도 발병했기 때문이다. 제천의 한 사과 농가는 “시·군 안내대로 방제했는데도 병이 난다. 약제의 효능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가 터져 나온다. 게다가 출입이 뜸한 한적한 농장에서도 발병하는 등 감염 경로를 종잡을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실제 충주·제천 등 농가 대부분 3월에 동제 화합물(구리성분), 5월 개화기에 2차례 항생제를 살포하는 등 3차례 예방 방제를 하고, 농업기술센터 등의 확인도 받았다.
충북도는 방제 약제 추가 살포, 미생물제를 활용한 과원 소독, 매개 곤충 연막소독 등 특별 방제에 나섰다. 한창섭 충북도 행정부지사는 “충북의 과수 기반이 타격받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농촌진흥청, 시·군 등과 협력 체계를 꾸려 화상병 차단과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자”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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