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꽃, 나무 등이 조화로운 노근리 평화공원을 거닐고 있다. 영동군 제공
공원에 잠들어 있는 영령들에게 꽃길만 걸으라는 듯,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사랑과 평화의 전당’에 꽃과 나무와 물의 정원이란 공간 개념이 더해진 결과다. 12일, 초여름의 길목에서 충북 영동군 노근리 평화공원은 꽃과 나무로 가득했다.
노근리 평화공원은 한국전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등지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희생된 주민들을 추모하기위해 2011년 조성됐다. 당시 심사를 거쳐 결정된 희생자만 226명, 유족은 2240여명에 이른다. 학살 현장 건너편인 옛 노송초 주변 13만2240㎡에 국비 191억원을 들여 조성한 평화공원에는 추모비·평화기념관 등이 들어섰다. 노근리 사건과 한국전쟁 관련 각종 기록, 사진 등이 이곳에 전시돼 있다. 해마다 위령제가 열리고, 나라 안팎에서 추모 행렬이 줄을 잇는 엄숙한 공간이다.
노근리 사건 재연 현황도. 노근리 평화공원 제공
이곳에 장미가 피기 시작한 것은 3년전부터다. 2016년 장미 1500그루로 1만3000㎡ 규모의 장미 정원을 조성하면서 시민, 청소년, 어린이 등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당시 장미를 기증한 장미 재배·연구가 안대성(70)씨는 “노근리에 잠든 영령들의 넋을 아름다운 꽃으로 달래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2600그루의 장미가 5만여 송이의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룬다. 올해엔 장미뿐만 아니라 팬지 2만 포기, 금잔화 4천 포기, 무궁화 등 봄꽃까지 더해졌다.
공원에는 장미, 연꽃, 작약, 국화 등 사계절 꽃을 볼 수 있도록 테마 정원도 들어섰다. 이곳을 관리하는 노근리 국제평화재단은 지난달 18일 노근리 정원 축제를 열었다. 이와 함께 노근리 평화공원과 사람, 평화, 활동을 주제로 한 사진전도 열린다. 오는 8월 17일까지 누구나 출품할 수 있다. 노근리 국제평화재단 관계자는 “노근리 평화공원이 사계절 꽃이 피면서 힐링 공원으로 거듭났다. 평화와 꽃의 정원을 시민 모두가 함껜 누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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