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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 ‘구제역’ 화상병 충북 충주·제천 확산…27곳 확진

등록 2019-06-11 15:43

음성도 의심 신고
과수 화상병.
과수 화상병.
사과·배 등 과수와 열매에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안기는 과수 화상병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충남 천안, 경기 안성 등의 배 재배 농가에서 과수 화상병이 발생한 데 이어 최근 충북 충주, 제천 등 북부권에서도 잇따라 발병했다.

과수의 가지가 불에 덴 것처럼 검붉게 변하는 과수 화상병은 감염 경로가 뚜렷하지 않고, 치료제가 없어 감염 주변 과수까지 매몰 처분해야 하는 치명적 세균성 전염병으로 ‘과수 구제역’, ‘과수 에이즈’ 등으로 불린다.

충북도는 11일 오전까지 충주 40건, 제천 17건, 음성 2건 등 과수 화상병 의심 신고 59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57곳은 사과 농장이며, 2곳은 배 농장이다. 면적으로는 40.5㏊에 이른다. 충주·제천 등은 지난해에도 과수 화상병이 발병했지만, 지금까지 청정지역이었던 음성은 처음으로 신고가 접수돼 충북도와 시·군,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앞서 충북지역에선 지난 10일까지 충주 20곳, 제천 7곳 등 27곳(18.6㏊)이 과수 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13 농가(충주 9곳, 제천 4곳) 7.5㏊의 과수를 매몰 처분했다.

이상찬 충북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팀장은 “충북지역 과수 화상병 발생 농가 모두 개화 전후 3차에 걸쳐 방제 이행 확인서를 받은 곳이었다. 과수 화상병은 뾰족한 치료제가 없는 데다 확산 속도가 빨라 발병하면 뿌리째 뽑아 매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제역 등 전염병은 차량·사람 등 이동 경로에 따라 역학 관계 조사가 가능하지만, 과수 화상병은 비바람, 벌 등 곤충, 새, 작업 도구 등에 의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차단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과수 화상병.
과수 화상병.
미국·유럽 등지의 농가를 휩쓴 과수 화상병은 국내에선 2015년 5월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이후 충남 천안, 충북 제천·충주, 강원 원주·평창 등 6곳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충주, 원주, 평창 등 135 농가에서 발생해 과수원 80.2㏊가 폐원했다. 앞서 충북도는 지난 8일 과수 화상병 차단을 위한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으며, 이시종 충북지사는 10일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이 지사는 “과수 화상병은 단순 병해의 문제가 아니라 충북 사과의 위상과 관련한 문제다. 국내 판매는 물론 타이완·미국 등 수출길도 막힐 수 있다. 시·군, 농가가 힘을 모아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지난겨울 평균 기온이 전년보다 높고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화상병 발병 최적 온도(25~29도)를 유지하는 데다 비가 내리면서 습도마저 높아져 발병 우려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농업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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