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충북 증평군에는 도안면에는 독립운동 명문가가 있다. 곡산 연씨 집성촌인 이곳에서 3대에 걸쳐 5명의 독립운동가가 나왔다..

독립운동의 기둥은 연병환(1878~1926) 선생이다. 선생은 인천·부산 해관에서 일하다 1906년 통감부 체제에서 청주군수로 발령받았지만 거부하고 1907년 중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동생 연병호(1894~1963) 선생 등을 중국으로 망명시키는 등 가족을 만주에 정착하게 했다. 선생은 1919년 3월 13일 북간도 만세 운동의 숨은 조력자로 알려져 있다. 박걸순 충북대 교수는 <증평 곡산 연씨 일가의 독립운동>에서 “연병환 선생은 3대에 걸쳐 독립 유공자를 배출한 가문의 중심적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형의 영향을 받은 병호씨는 서울에서 대한민국청년외교단을 꾸려 상하이 임시정부를 지원하는 등 나라 안팎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대한정의군정사, 세계한인동맹회, 유호청년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임시의정원 충청도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연병환 선생의 딸 연미당(1908~1981) 선생은 아버지와 삼촌 등의 독립운동을 보고 자랐다. 그는 임시정부 선전부장을 지낸 엄항섭(1898~1962) 선생과 결혼한 뒤 임시정부와 함께하며 백범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을 뒷바라지했다. 자신도 한인 여자청년동맹, 한국애국부인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딸 엄기선(1929~2002) 선생도 임시정부의 활동과 일제 만행을 동포들에게 알리는 등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연병환(건국훈장 대통령 표창), 연병호(건국훈장 독립장), 연미당·엄항섭(건국훈장 애국장), 엄기선(건국포장) 선생 등 3대 5명 모두 독립운동가로 기록됐다.

증평엔 이들의 독립운동을 조명한 항일역사공원이 조성됐다. 도안면 석곡리 연병호 선생 생가 일원 3만304㎡에 설치된 공원에는 이들의 독립운동 역정을 담은 기념관, 공적비 등이 있다.

이웃 도안면 화성리 7838㎡에는 연제근(1930~1950) 상사 공원이 있다. 연 상사는 한국전쟁 때 분대장으로 돌격대원 12명과 형산강 도하작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했다. 정부는 을지·화랑무공훈장 등을 추서하고, 전쟁기념관은 지난 1월 이달의 호국 인물로 선정했다.

증평군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역을 빛낸 이들 애국지사, 호국 인물을 재조명하고, 애국 공원을 중심으로 이들의 행적을 시민 등에게 적극적으로 알려나갈 참이다. 홍성열 증평군수는 “이들 애국·호국 지사는 증평의 자랑이다. 선조들의 정신을 지역 발전의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