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호 시인.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충북선은 내 마음의 자연사 박물관 출발의 설레임은 언제나 종점의 허망으로 끝나고…”
유종호(88) 시인의 ‘충북선’ 첫머리다. 충북 옥천군은 35회 정지용 문학상으로 유 시인의 ‘충북선’을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충북선’은 유 시인이 지난해 펴낸 시집 ‘충북선’(서정시학)의 표제시이기도 하다. 시인은 시집을 내면서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별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매력이다. 여기 수록된 작품은 80줄에 들어서 쓴 것이다. 고령자의 소년 회기를 관대하게 보아 주시길”이라고 썼다.
심사위원들은 “한글 시의 위대한 탄생”(이근배 시인), “24줄에 그의 인생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신달자 시인)라고 극찬했다. 유 시인은 “정지용 시인은 소년 시절 나의 별이었다.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을 받게 돼 감회가 각별하다”고 밝혔다.
유 시인은 충북 충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문예지 ‘문학예술’로 등단했다. 이화여대 교수·연세대 석좌교수 등을 지냈으며, 만해대상·대산문학상·인촌상 등을 받았다.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했으며, ‘그 이름 안티고네’, ‘시란 무엇인가’ 등 책을 냈다.
유 시인의 시상식은 다음 달 9일 지용제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지용 문학상은 정지용 시인의 문학 세계를 기리고 전하려고 1989년 제정됐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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