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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이 키운 ‘호붐이’ 하늘로…“많이 그리워요”

등록 2023-04-29 16:10수정 2023-04-30 10:16

생전 ‘호붐이’. 청주동물원 제공
생전 ‘호붐이’. 청주동물원 제공

수컷 시베리아 호랑이 ‘호붐이’는 2007년 6월 청주동물원에서 태어났다. 사육사가 주는 우유를 먹고 자란 아빠 ‘박남이’와 달리 호붐이는 엄마 젖을 먹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호붐이는 다른 동물원 호랑이보다 사람을 더 경계했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수의사는 “야생성이 더 있는 친구였다”고 호붐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19일 호붐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일주일 전부터 뒷다리가 마비돼 움직일 수 없게 된 상태였다. 척추 디스크가 의심되는 상황. 계속 움직이지 못하면 욕창이 생기고 상태가 더 악화할 수 있었다. 청주동물원은 안락사 대신 수술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김 수의사는 “호랑이는 마취도 어렵고 뼈도 크고 단단해 수술이 쉽지 않다. 국내에서 호랑이 디스크 수술 사례도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 보통 안락사를 시키지만, 그대로 호붐이를 보낼 순 없었다. 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수술은 충북대 동물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마취한 상태로 엠알아이(MRI)를 찍어보니 척추 디스크가 맞았다. 그러나 호붐이는 그대로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긴 마취를 이겨내기에 호붐이는 너무 노쇠했다. 호랑이의 평균 수명은 10∼13년이고, 동물원 호랑이의 경우 15년에서 길면 20년을 산다.

관람객들에겐 무뚝뚝하던 호붐이도 같은 사육사에서 지내던 여동생 ‘호순이’와는 사이가 좋았다. 동물원은 근친교배를 막기 위해 3년 전 호붐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켰다. 호붐이가 떠난 뒤로도 호순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이 무리 짓지 않고 단독 생활하는 호랑이의 본래 특성”이라고 김 수의사는 설명했다.

청주동물원은 호붐이가 떠난 사실을 차마 바로 알리지 못했다. 슬픔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동물원 구성원들에게 새끼 때부터 살을 비비며 키운 ‘호붐이’는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동물원은 중성화 수술을 할 때 호붐이의 정자를 채취해 전북대 수의과대학에 보관 중이다. 호붐이는 갔지만 호붐이의 흔적은 남아 있는 셈이다.

김 수의사는 “우리는 17년 동안 호붐이의 양육자며 보호자였다. 우리에게 호붐이의 죽음은 ‘호랑이 한 마리가 죽었다’ 정도일 수 없다. 호붐이가 많이 그립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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