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삼도 접경면 한마음 대회’를 한 충북 충주시 앙성면, 경기 여주시 점동면, 강원 원주시 부론면 주민들. 충주 앙성면 제공
‘통금’(야간통행금지)이 이어준 마을이 있다. 충북 충주시 앙성면, 경기 여주시 점동면, 강원 원주시 부론면이다. 남한강을 사이에 둔 이들 마을은 전부터 자치단체 경계와 상관없이 이웃처럼 지냈다. 하지만 통금이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통금은 1945년 9월부터 1982년 1월4일까지 37년 동안 이어졌다. 애초 서울·인천에서 시작한 뒤 전국으로 확대됐다.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통금을 어기다 적발되면 유치장에 구금됐다가 범칙금을 내야 했다. 하지만 1964년 1월 관광로 부상한 제주, 2월 울릉도에 이어 1965년 3월 충북까지 통금이 해제됐다. 충북은 내륙인데다 치안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것 등이 고려됐다.
이후 충북이 ‘핫플레이스’가 됐다. 통금이 임박하면 애주가 등은 충북행을 택했다. 충남 조치원(지금 세종), 대전 신탄진 등 접경 지역에선 스스럼없이 ‘자유의 땅’ 충북의 품에 안겼다.
경기 여주 점동면, 강원 원주 부론면의 애주가들도 ‘2차, 3차’가 보장된 충주 앙성으로 넘어왔다. 이관세(72) 앙성면 체육회장은 “많을 땐 열댓 명이 통금을 피해 앙성으로 넘어왔다. 지금도 부론, 점동에 친구가 많은데 통금 때문에 더 친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충북 충주시 앙성면, 경기 여주시 점동면, 강원 원주시 부론면 주민들이 27일 족구 경기를 하면서 우의를 다지고 있다. 충주 앙성면 제공
충주 앙성과 원주 부론 사이 남한강엔 1995년 남한강교가 놓이면서 더 가까워졌다. 충주 앙성, 원주 부론, 여주 점동면 주민들은 27일 ‘삼도 접경면 한마음 대회’를 했다. 1999년부터 이어온 화합 잔치다. 이날 세 마을 주민 300여명은 여주 점동테마공원에서 족구·공굴리기·노래자랑 등을 통해 우의를 다졌다. 이 회장은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못 만나다 오랜만에 보니 너무 반갑고 즐거웠다. 세 마을이 우의 속에 상생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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