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중부 4군 진천·음성·괴산·증평군이 지난 14일 AI 바이오 영재고 혁신도시 설립을 촉구했다. 증평군 제공
미래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카이스트 부설 에이아이(AI) 영재고’가 청주 오송에 들어선다. 영재고 유치에 나섰던 진천·음성·괴산·증평 등 중부 4군 등은 공모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낙점’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충북도는 충북 에이아이(AI) 바이오 영재고 최적 부지로 오송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충북도는 “향후 설립될 카이스트 오송캠퍼스와 접근성, 핵심 인력 양성의 용이성 등이 후보지 선정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과학 기술적·지리 환경적·정책적·산업적 등을 고려해 오송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송엔 첨단의료복합단지, 바이오의약·의료기기 등 바이오산업 단지, 보건의료행정타운 등 에이아이 바이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도가 오송을 선정하자 영재고 유치에 나섰던 중부 4군 등은 크게 반발했다. 앞서 진천·음성·괴산·증평군 등 충북 중부 4군은 지난 14일 ‘AI 바이오 영재고 공동 유치 협약’을 하고, 충북 혁신도시(진천·음성)에 영재고를 유치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앞서 보은군도 영재고 유치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영재고 유치에 나섰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영재고 입지 선정은 지역의 중대사인데 공모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치단체 등과 협의·소통도 없이 충북도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관련 대안·대책 없이 오송을 낙점한 것은 중부권 26만 주민 의견을 무시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군수는 “애초 김영환 충북지사가 충북 혁신도시에 영재고 유치를 약속한 바 있다”며 “오송 인근 세종엔 이미 국제고, 과학예술영재고가 있는 터라 교육 균형발전에도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충북도는 “공립이었다면 시군 공모로 선정했겠지만 카이스트에서 운영할 국립학교에서 부득이 교육청 등과 협의를 통해 후보지를 정했다. 어렵게 유치한 만큼 시·군 양보 화합으로 하나 된 충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애초 충북도와 충북교육청은 공립 형태의 ‘충북 AI 영재고’ 설립을 추진했다. 두 곳은 790억원을 들여 3만㎡ 규모의 학교를 조성해 270명 규모의 영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원 부설 미래형 과학 영재학교 신설 기획’의 하나로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부설 AI 영재학교,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부설 충북 AI 영재학교 설립 기획안을 승인하고, 기획 예산(10억원)까지 반영하면서 공립에서 국립으로 방향을 틀었다. 충북도 등은 지금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 달 사전 기본계획에 이어 11월께 최종 보고서가 나올 계획이다.
충북도는 올해 안에 종합계획(마스트 플랜)을 세우고, 내년부터 학교 설계·공사, 교육 과정 개발, 교직원·학생 선발 등을 거쳐 2027년 3월께 에이아이 바이오 영재고를 개교할 예정이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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