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예방 방송 연습 중인 권순문 영동군 양산면장. 영동군 제공
“아아, 면장입니다. 아버님·어머님 눈·밭두렁에 불 놓지 마세요. 산불 나면 큰일 납니다.”
권순문(58) 충북 영동군 양산면장의 산불 예방 홍보 방송이 화제다. 양산면 주민들은 매일 저녁 6시가 되면 집집마다 있는 방송 설비를 통해 권 면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권 면장은 지난 8일 면 이장 협의회에서 마을 12곳의 이장들이 산불 예방 방송을 제안하자 지난 13일부터 방송에 나섰다.
권 면장은 수차례 연습 끝에 마이크를 잡았다. 원고는 직접 쓴다. 권 면장은 방송에서 “산림 100m 이내에선 절대 불을 피우지 마십시오. 옛날 생각으로 논·밭두렁을 태우거나, 고춧대·폐비닐 등을 태우다 큰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경각심을 일깨운다. 그는 “산림 연접지 100m 이내에서 소각행위 적발 시 최고 1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엄포도 놓지만,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는 훈훈한 인삿말로 방송을 마무리한다.
권 면장은 방송이 가능한 관용차를 타고 마을 곳곳을 돌며 가두방송을 하기도 한다. 주민 김아무개(83)씨는 “날마다 면장의 방송을 듣는다. 면장 때문에 주민들이 소각행위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웃 보은에서 나고 자란 권 면장은 지난 1990년 6월 영동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양강면장·영동군 도시건축과장 등을 거쳤다. 권 면장은 “우리 면은 전체 인구(1787명)의 절반 가까운 858명이 65살 이상 노인이다. 작은 실수가 큰 산불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방송에 나섰는데 반응이 좋다. 어르신들의 귀에 박히도록 좀 더 재밌고, 정감있는 방송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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