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저수지 변에 조성된 명암타워. 오윤주 기자
13일 찾은 명암관망타워(이하 명암타워)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듯 계단은 군데군데 부서지고,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주변에 널려 있었다. 유리창은 깨져 내부가 훤히 드러났고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개와 함께 산책 중인 주민 이아무개(49)씨는 “자주 명암저수지 주변을 따라 산책을 하는데 명암타워 주변을 지날 때엔 오래된 폐가에 들어온 것처럼 으스스해진다. 방치된 타워가 하루빨리 시민의 공간으로 돌아와 예전 같은 활력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저수지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명암타워는 한때 청주의 랜드마크로 불렸다. 면적 7625㎡, 지하 2층, 지상 13층, 높이 99m인 이 건축물은 조성 직후인 2003년 10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찾아와 점심을 먹으면서 전국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후에도 저수지 풍광과 어우러진 독특한 건물 외관 덕택에 입소문을 타며 사진 촬영 명소로 사랑받았다. 이 건축물은 멀리서 보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 형상이다.
명암타워는 지역 건설사 대표 등을 지낸 ㅈ(2020년 별세)씨가 명암저수지 옆 시유지에 만들었다. 20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한 뒤 청주시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초기 유명세에도 수익 시설인 예식·요식업장 운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2013년과 2014년, 2016년에는 이곳에 화상경마장을 설치해 활로를 뚫어보려 했으나 사행산업에 부정적인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예식장마저 문을 닫으며 기능을 사실상 멈췄다.
명암타워의 운영권은 오는 6월 청주시로 넘어온다. 청주시는 최근 충북연구원에 ‘명암 관망탑 활용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충북연구원은 6월28일까지 연구 결과를 내놓을 참이다. 권혁희 청주시 공원정책팀장은 “이범석 청주시장이 청년 창업 공간 조성을 공약했지만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며 “청년, 여성, 문화 공간 등 다양한 쓰임새를 찾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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