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이 지난 18일 청산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청성·청산 생활 SOC 복합화 사업’ 설명회를 열어 주민 등에게 사업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옥천군 제공
충북 옥천군이 새로 지을 목욕탕과 도서관, 체육관 등 주민 편의시설을 이웃 보은·영동군과 공유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소멸 위기를 맞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지역 생활환경을 개선하려는 ‘공유 실험’의 한 예다.
옥천군은 내년부터 ‘청성·청산 생활 에스오시(SOC·사회간접자본) 복합화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22일 밝혔다. 사업비 82억5천만원을 들여 옥천 청산면에 체육센터·공공도서관·목욕탕을 지어 이웃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사업이다. 황규철 옥천군수는 “주민에게 필요한 문화·체육·복지시설을 마련해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의 시작은 지난해 2월 옥천 청성·청산면과 이웃 보은군 마로면, 영동군 용산면 등 네 지역 이장협의회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체육센터·공공도서관·목욕탕 등 설치 건의문과 공유 협약서를 옥천군에 제출했고, 군이 수용했다.
청산면을 중심으로 청성면은 서쪽, 보은 마로면은 북쪽, 영동 용산면은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면소재지 간 거리가 10㎞ 안팎이라 마실 다니듯 오갈 수 있고 생활권도 겹친다. 인구도 지난달 말 기준 청성이 2350명, 청산이 2914명, 마로가 2116명, 용산이 3292명으로 고만고만하다. 네 지역 모두 목욕탕 등 변변한 생활시설이 없어 읍내나 대전·청주 등으로 원정을 다녀야 했다.
양병소 청산면 이장협의회장은 “생선국수 축제 등으로 전국에 제법 알려진 지역이지만 목욕탕도 없어 생활에 불편함이 많았다. 면마다 따로 목욕탕 등을 지을 경우 예산 마련이 쉽지 않은데다 이용객이 적어 유지도 쉽지 않을 것 같아 네 지역이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이들 마을과 군은 협의 끝에 중심에 자리 잡은 청산에 체육센터·공공도서관·목욕탕을 짓기로 했다. 이웃 청성면의 이종두 이장협의회장은 “지역 간 거리와 접근 시간, 인구 등을 고려해 청산에 시설을 들이기로 했다. 아쉽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했다”고 말했다.
옥천군은 지난해 5월 충북도를 통해 국무조정실이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벌이는 ‘생활 에스오시 복합화 사업’에 지원서를 냈고, 지난해 9월 선정됐다. 생활 에스오시 복합화는 2개 이상의 생활 에스오시 시설을 한 단지에 들여 주민 이용과 효율을 높이는 사업이다. 옥천은 체육센터·공공도서관·목욕탕 등을 복합화하고, 4개 면 주민이 공유하는 계획안을 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국비 30억원을 받고, 충북도도 12억5500만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옥천군은 자체 예산(39억9500만원)을 더해 주민 숙원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내년 3월 설계에 들어가 2025년 4월 완공 목표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균형발전국민포럼 공동대표)은 “경계지역은 자원 등의 외부 유출 우려 때문에 개발, 복지시설 설치 등에서 소외돼 낙후지역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옥천이 청성·청산은 물론 군 경계를 넘어 보은·영동 주민까지 아우르는 공유 복지시설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다른 곳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경북 김천시, 전북 무주군, 충북 영동군 등 자치단체가 공유하는 마을 순회 의료버스. 무주군 제공
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공유 정책은 여럿이다. 충북 중부권 진천·괴산·음성·증평은 공유도시를 선언하고 2019년부터 평생학습 프로그램, 농기계 임대 등을 공유한다. 강원 삼척과 동해, 강원 원주·횡성·경기 여주 등은 화장장을 공유하고, 충북 영동, 경북 김천, 전북 무주 등은 마을 순회 의료버스를 함께 운영한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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