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민들이 원흥이 방죽을 300년 이상 지켜온 느티나무를 ‘시민 보호수 1호’로 명명하고, 법정 보호수 지정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에 나섰다.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 원흥이 방죽 일대 주민과 청주시민 등이 꾸린 ‘두꺼비 생태 마을 공동체’, ‘느티나무를 사랑하는 녹색시민’, 환경단체 ‘두꺼비 친구들’ 등은 원흥이 방죽 느티나무를 시민 보호수 1호로 지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원흥이 느티나무는 도심 건물 숲 사이에서 300여년 마을과 사람을 지켜왔다. 이제 청주시민이 나무 지키기에 나선다”고 밝혔다.
원흥이 방죽 입구에 선 이 느티나무는 수령이 300년이 넘고 높이 26m, 둘레 3m이며, 앞에서 봤을 때 정삼각형의 우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애초 이 나무와 원흥이 방죽은 청주 산남 3지구 아파트 단지 개발 때 사라질 위기를 맞았지만, 2004년 환경단체와 택지 개발에 나선 한국토지공사(현 LH) 등이 상생협약을 하면서 살아남았다. 당시 토지공사 등은 원흥이 방죽 일대 3만9천㎡를 보존하기로 했고, 환경단체 ‘원흥이생명평화회의’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과 두꺼비 핵심 서식지를 사들이는 등 토지공사와 주민, 환경단체가 원흥이 두꺼비 생태 공원을 함께 조성해 눈길을 끌었다.
원흥이 방죽 주변 마을 주민들은 지난 9월부터 느티나무 법정 보호수 지정 촉구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21일까지 903명(서면 378명, 온라인 525명)한테서 서명을 받았다. 신경아 ‘두꺼비 친구들’ 사무처장은 “서명 1천명을 넘기면 청주시에 법정 보호수 지정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보호수 지정은 원흥이 방죽과 시민을 지켜온 느티나무에 대한 작은 보은이며, 주변의 다른 보호 대상 나무도 추가로 발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주시는 시민들이 보호수 지정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청주엔 1982년 11월11일 1호 보호수로 지정한 서원구 수곡동 느티나무(수령 460살 추정) 등 보호수 167그루가 있다. 청주 지역 최고령인 700살 상당구 미원면 금관리 느티나무(157호), 청원구 오창읍 양지리 은행나무(107호)도 유명하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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