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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동네책 상생’ 6년…“지역작가·출판사·서점이 이룬 결실”

등록 2022-11-20 15:57수정 2022-11-20 16:22

강태재 상생충북협의회장(왼쪽 앞 서 있는 이)이 지난 11일 충북시민사회지원센터에서 ‘상생충북’ 6년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상생충북협의회 제공
강태재 상생충북협의회장(왼쪽 앞 서 있는 이)이 지난 11일 충북시민사회지원센터에서 ‘상생충북’ 6년 성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상생충북협의회 제공

3845권.

충북 청주에서 활발히 펼쳐져 온 동네서점 살리기 시민운동 ‘상생충Book’(상생충북) 6년의 결실이다. 상생충북은 대형 서점과 인터넷 판매의 확산으로 고사 위기를 맞은 동네서점을 살리려고 2016년 6월 출발했다. 시민단체 충북엔지오센터의 주도로 동네서점 18곳과 지역 출판사 6곳,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상생충북의 핵심 활동은 지역작가가 쓴 글로 지역 출판사가 만든 책을 동네서점을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이른바 ‘동네 책 상생’이다. 지난달 12일까지 모두 3845권을 팔았다. 지역에선 기적이라 부른다. 청주에서 시를 쓰는 이종수 참도깨비 작은도서관장은 “상생충북 운동 이전엔 지역작가가 지역 출판사를 통해 낸 책은 대부분 지인에게 나눠주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몇 권씩 떠맡기는 정도였다”며 “동네 출판물이 동네서점에서 꾸준히 소비되는 구조를 만든 것은 작지 않은 성과”라고 말했다.

상생충북이 선정한 도서. 상생충북위원회 제공
상생충북이 선정한 도서. 상생충북위원회 제공

상생충북의 성공 비결은 배려다. 교수·작가 등으로 꾸려진 상생충북 도서추천위원회가 분기마다 ‘상생충북 선정도서’를 뽑으면 동네서점은 ‘이웃의 삶, 이웃의 이야기’라는 코너에 책을 비치한다. 그동안 이 자리는 베스트셀러나 유명 작가의 책들이 전유하던 노른자위 매대였다. 서점에서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서울 출판사들이 낸 화제작들과 나란히 동네 책이 놓이자 독자들도 호기심을 갖고 책을 들추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골령골의 기억전쟁>(박만순 지음), <기억이라는 이름의 꽃>(박홍규 지음) 등 20여권이 상생충북 선정도서로 뽑혔다. 임준순 청주시서점조합장(청주 열린문고 대표)은 “서점 입장에선 베스트셀러를 비치하는 곳에 동네 출판물을 놓는 건 모험에 가깝다. 3845권이란 판매량이 어려운 서점 경영을 확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대형 서점과 인터넷 판매가 주도하는 출판 현실에선 기적이라 부를 만하다”고 말했다.

동네 책이 지역에서 팔려나가면서 작가의 창작 활동도 활발하다. 이재표 시인은 “책도 상품인데 써 봐야 판로가 마땅치 않아 작가들의 창작 의욕이 꺾일 대로 꺾인 상태였다. 상생충북이 자리 잡으면서 책을 내려는 작가들도 늘어난다”고 했다.

임준순 청주서점조합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열린서점의 상생충북 선정도서 비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임준순 청주서점조합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열린서점의 상생충북 선정도서 비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상생충북협의회가 선정한 지역 우수 도서. 이들 책은 서점 노른자위 베스트셀러와 나란히 놓인다. 오윤주 기자
상생충북협의회가 선정한 지역 우수 도서. 이들 책은 서점 노른자위 베스트셀러와 나란히 놓인다. 오윤주 기자

상생충북은 지역의 출판 유통 구조도 바꿨다. 학교·도서관·기관·단체 등 30곳과 협약해 도서를 구매할 때 동네서점을 거치도록 했고, 동네서점을 작가와 독자를 이어주는 가교로 활용하게 했다. 청주 상당구 금천동 꿈꾸는 책방 등에선 다달이 1~2차례 이상 지역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무대가 선다. 유정환 고두미출판사 대표(시인)는 “그동안 지역 출판 유통은 흔히 ‘페이퍼 컴퍼니’로 불리는 출판업자들이 기관에 책을 납품하는 구조였다. 상생충북 운동 이후 동네서점이 작가-출판사-독자를 유기적으로 잇는 매개가 되면서 출판 유통구조도 개선돼 지역작가와 출판사, 서점이 공존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의회와 자치단체도 움직였다. 상생충북이 청주시의회 ‘도서관을 사랑하는 의원연구모임’(도사모)에 동네서점 활성화 방안을 제안했고, 시의회는 지난 2020년 ‘청주시 독서문화진흥조례’를 만들었다. 이 조례를 통해 탄생한 것이 ‘책값 반환제’다. 책값 반환제는 시민이 청주지역 동네서점 23곳에서 책을 사서 읽고, 21일 안에 반납하면 청주시가 책값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서점은 시민들이 읽은 책을 청주지역 도서관 등으로 보내 재활용한다. 지난해 처음 시행했는데 청주시민 3200여명이 책값 반환제를 통해 책을 구매했다. 청주시는 올해 책값 반환제 예산을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어난 1억2천여만원으로 책정했다. 이재숙 전 도사모 회장(전 청주시의원)은 “시민들의 독서 문화를 진흥하고,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해 관련 조례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상생충북은 청주의 동네서점 활성화 모델을 충북 전역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충북도의회에 제안해 ‘충청북도 지역 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는 지역 서점 활성화 지원, 지역 서점 인증, 지역 서점 도서 우선 조달 등을 담았다. 강태재 상생충북협의회장은 “상생충북 운동은 지역작가, 책, 서점 등을 고루 살리는 문화운동”이라며 “청주의 작은 기적이 충북 전역으로 번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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