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수 대전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이 지난 27일 1차 합동감식을 끝내고 나와 조사 상황을 밝히고 있다. 최예린 기자
8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사고와 관련한 경찰 수사가 29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화재원인을 밝히고, 현대아울렛 관리 부실로 피해가 커졌는지 밝히는 데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경찰청 수사본부는 전날 대전현대아울렛을 압수수색해 스프링클러, 프리액션밸브(화재 때 물을 공급하는 시설) 등 소방설비와 안전 관리에 관한 자료, 화재 당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종합방재실 화재수신기 서버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화재수신기 서버에 남아 있는 기록을 분석하면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가 언제 어떻게 작동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프링클러와 소화전 배관으로 연결되는 물탱크에서 물이 정상적으로 공급됐는지도 이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합동감식팀은 28일 지하 1층의 소방시설 상태를 살피면서 물탱크에 물이 가득 차있는 것을 확인했다. 스프링클러와 소화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화재 발생 뒤 현대아울렛에서 어느 정도의 물이 사용됐는지도 확인해볼 부분이다. 소방설비가 정상 작동했다면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이 사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전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매달 한 달치 씩 수도 사용량을 확인한다. 대전현대아울렛의 최근 월 사용량 평균치 자료를 갖고 있지만, 9월 사용량은 아직 확인하지 않았다”며 “월 사용량 평균과 9월 사용량을 비교하면 화재 발생 때 다량의 물이 공급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업체의 수도 사용량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확한 화재원인이 밝혀질지도 주목된다. 경찰이 확보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보면, 지하 1층 하역장으로 화물차가 들어오고 운전자가 물품을 실은 수레를 건물 안쪽으로 밀고 들어간 직후 화물차 뒤쪽 하역장에 쌓여 있던 물품 더미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감식팀도 하역장과 화물차 주변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였고, 해당 화물차를 대전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 정밀분석 중이다. 하역장 바닥에서 나온 잔해물을 수거해 인화물질이 있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이번 화재 사고 관련 수사 대상에 현대아울렛 경영진이 포함될 지도 관심거리다. 이성선 대전경찰청 강력계장은 “현대아울렛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영진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지는 아직 언급할 시점이 아니”라고 말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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