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이 교육 행정 직원 동아리의 청내 강연 대관 신청을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청은 ‘외부기관’을 대관 불허 이유로 들었지만, 동아리는 대관 불허에는 다른 배경이 작용했다고 의심한다.
충북교육청 총무과는 28일 “교육행정연구회 ‘원 코리아! 원 케이 에듀!’가 신청한 교육청 사랑관 세미나실 대관을 불허하기로 했다”며 “사랑관은 교육청 부서, 부서 관련 업무·연수 목적으로만 쓸 수 있어 외부 기관에 대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원 코리아! 원 케이 에듀!’는 다음 달 17일 오후 5~7시 교육청 사랑관에서 ‘평화로 가는 강연회’를 열려기 위해 지난 6일과 17일 교육청에 대관을 신청했다. 이 동아리는 교육 평화 통일 연구·실천 모임으로,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학교 행정 직원 등 8명이 꾸렸으며, 교육청 감사관도 참여하고 있다.
동아리는 지난 3월 교육행정연구회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강연은 교육청 교육·연수기관 단재연수원이 직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퇴근길 연수’ 프로그램으로도 뽑혔다. 길용수 ‘원 코리아! 원 케이 에듀!’ 회장은 “충북교육청 소속 교육 행정 직원으로 이뤄진 공식 동아리를 외부기관으로 규정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윤세광 충북교육청 총무과 주무관은 “교육청 직제상 공식 부서가 아니면 외부기관으로 본다 . 이와 관련한 규정은 없지만, 외부기관 대관 전례가 없어 불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하지만 <한겨레> 확인 결과 교육청 사랑관 세미나실은 외부기관이 더러 이용했다. 충북교육정책연구소가 지난 2020년 11월 학교 자치 관련 포럼을 열었고, 충북유아교육진흥원은 2018년 6월 유치원 평가 담당자 연수를 진행했다. 충북에듀색소폰앙상블은 지난 2012년 12월 정기 연주회를 열었다.
교육청은 ‘원 코리아! 원 케이 에듀!’의 대관 신청을 반려하고, 같은 날(10월17일) 다른 부서에서 신청한 행사를 허용해 평화 강연은 무산 위기에 몰렸다. ‘원 코리아! 원 케이 에듀!’는 교육청의 대관 불허에 강연자, 강연 주제 등 다른 배경이 작용했을 의혹을 제기한다. 강연에 신동호 시인을 초청했는데, 그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거쳐 문재인 정부 때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다. 동아리의 한 회원은 “교육청이 공식 동아리를 외부기관으로 보고 강연 장소 대관을 불허한 것은 소극행정의 극치”라면서 “혹시 지난 정부에 관여했던 인사의 평화 통일 주제 강연이라는 이유가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밝혔다. 이에 교육청 총무과는 “정치 성향, 강연 주제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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