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음성 품바 축제 때 선보인 품바 복장. 음성군 제공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매거나, 단정한 정장을 입고 축제장에 나타나는 이는 공무원이 아닐 수 있다.
음성군은 오는 21~25일 음성 설성공원 등에서 열리는 23회 음성 품바 축제 때 부서별로 거지옷 등 이색 복장을 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축제 실무를 담당할 문화체육과는 속칭 ‘땡땡이 무늬’로 불리는 물방울 문양 옷을 입는다. 여직원들은 빨강·파랑·노랑·초록 등 원색 치마, 원색 양말이 기본 복장이다. 남자직원들은 검정 무늬 웃옷에 야광 불빛까지 달고 축제 현장을 누빌 참이다.
경제과는 가장 ‘거지 같은’ 옷을 입는다. 이들은 음성 곳곳에서 수거한 폐 펼침막으로 만든 조끼를 착용한다. 이 옷은 음성 무극시장 미싱문화교실에 참여한 시장 상인과 주민이 제작했다. 평생학습과는 앞가슴에 새마을운동 문양, 뒷면에 ‘배워서 남주자’를 새긴 초록색 셔츠를 입기로 했다. 자치행정과는 품바 로고가 달린 검정 티셔츠를 입고, 주민지원과는 품바 로고가 달린 파랑 셔츠를 근무 시간에도 입기로 했다.
황정연 음성군 관광축제팀 주무관은 “축제의 흥을 돋우려고 공직자들이 솔선해 거지 옷 등 기발한 복장을 하기로 했다. 축제장뿐 아니라 군청 근무 때 축제 복장을 하는 부서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 탓에 3년 만에 대면 축제로 열리는 음성 품바 축제는 ‘거지 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의 봉사 정신을 잇는다. 최 할아버지는 음성 무극천 다리 움막에서 40여년 동안 생활하면서 자신보다 어려운 걸인 등을 도와 1986년 2월 한국가톨릭 사랑 부문 대상을 받았다. 국내 최대 복지시설 음성 꽃동네도 최 할아버지의 봉사·희생정신을 본받아 태동했다.
‘품바, 사랑과 나눔을 품다’를 주제로 삼은 이번 축제에선 품바 하우스 짓기, 품바 패션쇼, 글로벌 품바 래퍼 경연, 품바 길놀이 행진, 사랑 나눔장터, 최귀동 기부 이벤트 등이 이어진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