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상촌면 유곡2리 주민들이 16일 마을을 찾은 ‘삼도봉 생활권 산골 마을 의료·문화 행복 버스’ 진료를 받고 있다. 영동군 제공
“눈 빠지게 기다렸어요. 그래도 이렇게 와 주니 너무 반갑고 고맙네요.”
16일 오후 충북 영동군 상촌면 유곡2리를 찾은 ‘삼도봉 생활권 산골 마을 의료·문화 행복버스’(행복버스)를 두고 이 마을 김정순(65)씨가 한 말이다. 김씨 말고도 이날 마을 전체 주민의 절반이 넘는 70여명이 이 버스를 이용했다. 버스는 민주지산(1242m) 삼도봉(1176m) 아래 경북 김천, 전북 무주, 충북 영동 등이 함께 운영하는 ‘공유 의료·문화 버스’다.
버스에서 내린 의료진이 마을회관에 임시 진료소를 차리자 주민들은 번호표를 받고 기다렸다. 김씨는 “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는데 시골이어서 병원 이용하는 게 쉽지 않다. 행복버스가 틈틈이 마을을 찾아 진료해 주니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골다공증, 무릎 등 치료하려고 열 일 젖혀두고 나왔다”고 말했다.
‘삼도봉 생활권 산골 마을 의료·문화 행복버스’. 영동군 제공
세 자치단체는 지난 2016년 오지마을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국비 등 5억8천여만원을 들여 공유 버스를 마련했다. 버스에 흉부엑스선 촬영기·골밀도 검사기·혈액분석기 등 의료 장비를 갖추고, 보건소 공중보건의,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이 동행해 진료·상담을 진행한다. 진료·상담은 물론 약까지 무료다.
버스는 영동군 상촌·용화면, 무주군 설천·무풍면, 김천시 봉산·대항·구성·부항면 등을 순회 진료한다. 홍선숙 영동군보건소 진료팀장은 “이들 마을은 산골·오지로, 읍내와 10~20여㎞ 이상 떨어져 있어 의료 혜택을 받기 쉽지 않은 곳이다. 버스를 타면 1시간 이상 걸려야 읍내에 닿을 수 있지만 그나마 버스 편이 많지 않다. 오랜만에 왔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행복버스 운영 첫해인 2016년엔 연인원 4542명(영동 197명, 무주 902명, 김천 3443명)이 진료를 받았다. 지난 2017년엔 8483명(영동 1574명, 무주 1596명, 김천 5313명), 2018년엔 7573명(영동 1646명, 무주 1209명, 김천 4718명), 2019년엔 7419명(영동 1581명, 무주 1245명, 김천 4593명) 등이 이용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코로나19 감염증 여파로 멈췄다.
지난 13~14일 김천, 15일 무주에 이어 이날 영동에서 행복버스 운영이 재개됐다. 김상근(71) 영동군 상촌면 유곡2리 이장은 “농번기라 한창 바쁠 때지만 마을 주민 절반 이상이 버스를 찾아 나왔다. 병원·보건소 가려면 번거롭고, 불편한데 마을에 와서 진료하고, 상담해 주니 너무 고맙다. 그야말로 손꼽아 행복버스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영동군 상촌면 유곡2리 주민들이 16일 ‘삼도봉 생활권 산골 마을 의료·문화 행복 버스’와 동행한 문화트럭이 상영하는 영화를 보고 있다. 영동군 제공
세 곳은 올해 4억5600만원을 들여 행복 버스를 운영할 참이다. 영동·무주가 30%, 진료 대상이 조금 많은 김천이 40%를 분담한다. 몸뿐 아니라 마음도 치료한다. 이들 주민이 문화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행복 버스와 함께 영화를 상영하는 문화트럭도 동행한다. 이날 문화트럭은 <신이춘풍전>을 상영했으며, 주민들은 진료 순서를 기다리거나 진료 뒤 영화를 관람했다. 홍선숙 영동보건소 진료팀장은 “코로나 등 여건이 악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월·화요일은 김천, 수요일은 무주, 목요일은 영동을 차례로 순회할 계획이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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