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0개월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양아무개(30)씨가 지난해 7월14일 오후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 둔산경찰서를 빠져나가고 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20개월 된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대전고법 형사1-1부(재판장 정정미)는 27일 아동학대살해, 13살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아무개(30)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200시간 수강, 10년간 신상공개,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 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검찰이 청구한 성 충동 약물치료 명령은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숨진 친딸의 주검을 숨긴 혐의(사체은닉)로 기소된 양씨 아내 정아무개(26)씨에게는 징역 1년6월의 원심을 파기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양씨는 지난해 6월15일 새벽 대전 대덕구의 자신의 집에서 20개월 된 의붓딸이 잠을 자지 않고 운다는 이유로 때려 숨지게 했다. 아이가 숨지기 이틀 전 양씨는 딸을 성폭행하기도 했다. 양씨와 정씨는 아이가 숨진 뒤 주검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안에 숨겨둔 채 노래방을 다니기도 했다.
재판부는 “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는 피해자는 아빠로 알고 따랐던 피고인에게 성폭행당하고 생을 마감했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은 비인간적인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범행의 중대성과 잔혹성, 사회에 준 충격과 상실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을 내려야 한다”며 “어린아이를 해친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른다는 원칙과 함께 유사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해자가 숨진 뒤 정씨는 양씨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범행을 경찰에 알리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20여일 동안 딸의 주검을 은닉했다”며 “죄질을 생각하면 원심의 형량은 너무 가볍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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