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가 21일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지방 선거 방향 등을 말하고 있다.
“충북지사 선거는 문재인과 윤석열의 한판 싸움이다.”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로 뽑힌 김영환(67) 전 의원이 짚은 6.1지방선거 충북지사 선거 관전 포인트다. 김 전 의원은 충북지사 예비후보 경선 결과 직후인 21일 오전 충북도청 중앙기자실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는 “이번 충북지사 선거는 나와 민주당 노영민 후보와 싸우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했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잘 할 것인가를 가리는 큰판이다. 문 대통령의 전 비서실장과 윤 당선인의 특별 고문이 붙는 시대의 한판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9~20일 진행한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 경선에서 46.64%를 얻어 박경국(64) 전 안전행정부 차관(30.64%), 오제세(73) 전 의원(22.72%)을 누르고 21일 후보로 확정됐다. 경기지사 출마 뜻을 접고, 충북지사 선거에 나선 지 17일 만이다. 앞서 노영민(65)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바 있다.
노 후보와 김 후보의 맞대결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두루 안고 있다. 먼저 둘은 청주 출신으로 청주고·연세대 동문이다. 김 후보가 3년 선배다. 민주화 운동으로 복역한 이력도 닮았다. 김 후보는 “노 후보와는 선거 끝까지 마주치고 싶지 않다. 고향·학교·정치 후배와 대결하는 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둘은 장·단점도 뚜렷하다. 치과 의사 출신인 김 예비후보는 경기 안산에서 15, 16, 18, 19대 국회의원을 4선 했고,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다.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국민의당·미래통합당·국민의힘 등 세 정당 최고위원을 거쳐 윤 대통령 당선자 특별 고문을 맡았다. 이른바 새 권력인 ‘윤심’을 안고 있다. 김 후보는 “저쪽(민주당)이 가는 판이라면 나는 오는 판이다. 이 선거에서 못 이기면 그건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경기에서 충북으로 급선회한 부담을 안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달 22일 경기지사 출마선언까지 했지만 같은 당 충북지역 국회의원 박덕흠·이종배·엄태영 의원 등이 충북지사 선거 출마를 권유하자 지난 4일 충북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김 후보는 “충북지사 선거 출마 얘기한 지 10여일 정도밖에 안 됐다. 적어도 6개월 전에 와서 정지 작업도 하고 해야 했는데 사실 이게 말이 안 된다. 함께 출마했던 이혜훈·박경국 후보 등에게 미안하다”면서 “이제 앙금을 털고 원팀으로 12년 민주당 지방 정부를 심판하는 일에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충북지사 후보가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충북지사 선거 출마 취지 등을 밝히고 있다.
노 후보는 청주 흥덕에서 17, 18, 19대 국회의원을 3선 한 뒤, 주중국 대사,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노 후보는 부동산 관련 부담을 안고 있다. 노 후보는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인 지난 2020년 정부의 ‘1가구 1주택 권고’에 서울 반포 아파트 대신 청주 아파트를 팔아 비판을 샀다. 박지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천 과정에서 “노 후보는 부동산 문제로 실망을 준 분이다.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노 후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노 후보 쪽은 “당시 반포 아파트엔 아들이 살고 있었고, 청주 아파트는 비어 있어 빈 곳을 처분하겠다고 했는데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잘못 알아듣고 거꾸로 발표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 이후 서울 아파트도 처분해 무주택 상태이며, 지금껏 청주에서 한 번도 주소를 옮긴 적이 없다”고 밝혔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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