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충청

“소멸위기 이겨내고 ‘마을 변천사’ 다함께 펴냈어요”

등록 2022-04-17 19:42수정 2022-04-18 02:36

괴산 감물면 ‘안민동 마을 이야기’
2010년 22명에서 현재 68명으로 늘어
“귀농·귀촌 새내기와 토박이 화합”
충북 괴산군 감물면 안민동 마을 주민들이 동네 입구 표지판 앞에서 함께했다. 안민동 마을 제공
충북 괴산군 감물면 안민동 마을 주민들이 동네 입구 표지판 앞에서 함께했다. 안민동 마을 제공

‘칼 같은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욱이 오래가는 진리’를 믿는 이들이 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 안민동 마을 주민들이다. 이들은 최근 마을의 발자취를 생생히 담은 책 <안민동 마을 이야기-안민동 사람들>을 펴냈다. 오는 5~6월께 짬을 내 출판기념회도 할 참이다.

박원택(69) ‘안민동 마을 이야기’ 출간 추진위원장(전 이장)은 “더 늦기 전에 잊혀가는 이야기를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2년 전부터 책을 준비했는데 쉽지 않았지만 가슴 뛰는 일이었다. 책을 받아드니 뿌듯하고, 마을이 더 사랑스럽다”고 했다.

책은 모든 마을 주민이 참여해 만들었다. 노인들이 켜켜이 묵은 기억을 되새기면, 젊은이들이 쓰고, 찍고, 기록했다. 채주인(74) 안민동 노인회장은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고, 백 번 보는 것보다 본 것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기록·보존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들의 역사와 이야기를 우리 손으로 기록해 더 뜻있다”고 했다.

‘안민동 마을 이야기-안민동 사람들’ 책의 표지.
‘안민동 마을 이야기-안민동 사람들’ 책의 표지.

책에는 안민동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공존한다. 책에는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안민동의 역사, 박달산(해발 825m) 아래 자리 잡은 고즈넉한 산골 마을의 형세와 자태 등이 <여지도서> 등 옛 문헌과 지도, 사진 등과 더불어 고스란히 담겨있다. 화전에서 시작해, 담배·보리·고추 등으로 이어진 마을농업 변천사도 기록했다. 안민동의 옛 이름 ‘아차곡리’를 비롯해 문바우골, 팟재, 둔턱재, 양산목, 말채골, 누룩밭골, 물탕, 귀팅이 등 마을일대 지명과 그 유래도 세세하게 추적해 기록했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고사, 음악회, 품앗이, 새마을운동 등 마을 행사도 재미있게 담았다.

<안민동 마을 이야기>의 주인공은 안민동 사람들이다. 안민동은 지금 36가구 68명이 산다. 2010년엔 15가구 22명으로 괴산에서 손꼽히는 소멸위기 마을이었다. 하지만 마을은 축사를 들이지 않는 등 청정을 고집했고, 그 덕에 2013~14년 이후 알음알음 귀농·귀촌이 늘면서 풍성해졌다. 마을의 산 역사 강계홍(92)씨는 “우리 마을은 해방 직후부터 1970년대까진 40여 가구 200~300여명이 살아 북적북적했다. 요즘은 그때 정도는 아니지만 마을에 젊은이도 늘고 생기가 돌아 좋다. 산골짜기지만 마을이 워낙 깨끗하고 정이 많아 한번 들면 쉽게 나가지 못하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책에는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전국공동체 우수사례 발표 한마당 대상, 2017년 충북 행복마을 만들기 문화·복지부문 최우수상 수상 등 마을의 자랑도 담겨있다. 책 끝부분에는 마을 좌장 강계홍 어르신부터 막내 김진민(30)·김지영(33)씨 부부까지 모든 마을 구성원의 가족사진도 곁들였다.

책을 기획한 전희수(56)씨는 “귀농·귀촌한 새내기와 토박이 등이 한 데 어울려 이렇게 잘사는 마을은 세상에 또 없을 것이다. 청정한데다 텃새 없는 분위기가 마을을 살렸다. 더없이 귀하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을의 또 다른 역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안민동마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