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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들어주는 사람들 만나니 연극은 너무 신나요”

등록 2022-04-12 18:44수정 2022-04-13 02:34

[짬] 제천 장애인 극단 마중 배우들

극단 마중 단원 강성순(왼쪽부터), 남현욱, 이하은, 반승호, 김영아, 김혜경, 정수흠, 엄영욱씨. 뒷줄 얼굴 안보이는 이는 최동건씨다. 극단 마중 제공
극단 마중 단원 강성순(왼쪽부터), 남현욱, 이하은, 반승호, 김영아, 김혜경, 정수흠, 엄영욱씨. 뒷줄 얼굴 안보이는 이는 최동건씨다. 극단 마중 제공

“이제 길에서 알아보고 말 걸어주는 사람도 있어요. 참 신기해요. 연극 때문이죠. 연극은 정말 너무 재미있어요.”

충북 제천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극단 마중의 배우 김혜경(40)씨의 말이다. 12일 전화로 만난 김씨는 맑고, 밝았다. 김씨는 요즘 새 작품 <청춘> 연습에 여념이 없다. 김씨는 <청춘>에서 괴팍한 손님을 연기한다. 김씨는 “무대에서 관객을 향해 말하고, 연기하는 게 신나고 보람 있다. 앞으로도 무대에서 장애인인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중은 오는 20일 오후 2시 제천시 고암동 금용아파트 금용상가에 있는 소극장에서 <청춘>을 공연한다. 마중은 지난해 비어있던 이 상가 지하실 가게 공간 231㎡를 새로 단장해 소극장으로 꾸몄다. 이 소극장은 마당의 연극 연습실이면서 공연장이다.

<청춘>은 20대 장애인 청년의 고민과 사랑을 담은 작품으로, 공연 시간은 35분 정도다. 구인 광고를 보고 한 레스토랑에 어렵사리 취업한 청년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부당 해고된 뒤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춘> 주인공을 맡은 반승호(27)씨는 “<청춘>은 나와 우리들의 이야기다. 내 속에 담겨 있던 이야기를 대사로 드러내고, 연기하니까 재미있다. 내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신난다”고 말했다.

극단 마중의 세번째 창작극 &lt;청춘&gt;.
극단 마중의 세번째 창작극 <청춘>.

<청춘>은 <친절한 미경씨>, <그놈의 사랑>에 이은 극단 마중의 세 번째 작품이다. <친절한 미경씨>는 마중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생활하는 손미경(53)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손씨는 실제 생활에서도 누군가 담배꽁초 등을 버리면 현장에서 호통을 치는 등 제천에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자로 꽤 유명하다. <그놈의 사랑>도 장애를 보는 사회적 편견과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다뤘다.

이들 작품 모두 민병삼(54) 마중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팀장이 썼다. 민 팀장은 서울 대학로 무대에 섰던 연극인이다. 민 팀장은 “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행동 치료의 하나로 연극 공부를 시작했는데 효과가 좋아 아예 극단을 꾸리고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단원들은 장애인이 아닌 무대 배우로서 시민을 만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무대에 선 배우나 객석의 관객 모두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지적장애 1·2급 11명…지난해 창단
세 번째 창작극 ‘청춘’ 20일 공연
20대 장애인 고민과 사랑 담아
대학로 출신 연극인 민병삼씨 지도
장애인 센터서 주 이틀 연극 수업

“이제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극단 마중은 지난해 9월30일 창단했다. 애초 배우 9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11명이다. 이들 배우는 모두 지적장애 1~2급 장애인이다. 이들은 한걸음 사회적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마중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국어·합창·교양·요가 등을 익히며 생활하는데, 매주 월·수요일 2시간씩 짬짬이 연극을 공부한다. 공연 2주 전부터는 날마다 연기에 매달린다. 민 팀장은 “대사를 외우고,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조금 어려움을 겪지만 연기에 대한 몰입과 집중은 여느 배우 뺨칠 정도로 대단하다. 무엇보다 연극을 좋아하고, 즐긴다”라고 귀띔했다.

극단 마중은 제천에선 제법 유명세를 탄다. 지난해 10월 창단 기념 공연에 이어 같은 해 11월엔 제천 의림지 야외무대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지난 1월 공연엔 이상천 제천시장 등 관객 80여명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마중 배우 손미경씨는 “제천시장과 가족, 친구 등 많은 이들이 공연을 보러와 너무 좋았다. 나 자신이 뿌듯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은 늘 즐겁다”고 했다. 손씨는 코로나19 탓에 집에서 격리하면서도 새 작품 <청춘> 막바지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제천 극단 마중 단원들. 극단 마중 제공
제천 극단 마중 단원들. 극단 마중 제공

극단 마중은 장애인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제천시 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다음 달 창립 11돌 기념행사 때 극단 마중을 초청했다. 제천문화재단이 올해부터 극단 마중을 지원하기로 해 배우들은 약간의 출연료도 받는다. 오는 6~7월께 새 작품 <속마음>(가칭)도 선보일 참이다. <속마음>도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민 팀장은 “마중 배우들은 현실에선 편견 때문에 힘겨워하지만 무대에선 주인공으로서 당당하다. 장애인 배우의 말과 몸짓으로 무대에서 장애인 문제를 공론화하고 싶다. 다양한 무대에서 다양한 계층과 만날 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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