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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임정 최후 파수꾼 ‘신규식의 한국혼’ 되살려야죠”

등록 2022-03-27 20:06수정 2022-03-28 10:54

[짬] 충북대 사학과 박걸순 교수

충북대 사학과 박걸순 교수가 지난 24일 청주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예관 신규식 선생 순국 100주기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앞두고 추진위원장으로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충북대 사학과 박걸순 교수가 지난 24일 청주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예관 신규식 선생 순국 100주기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앞두고 추진위원장으로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우리의 마음이 죽어 버리지 않았다면 비록 지도가 그 빛을 달리하고 역사가 그 이름을 바꾸어 우리 대한이 망했다 하더라도 우리 마음 속에는 각자 하나의 대한이 있는 것이니….”

예관 신규식(1880~1922) 선생이 그의 역저 <한국혼>(일명 통언)에서 대한국민의 혼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예관 선생 순국 100주기를 맞아 그의 고향 충북 청주의 후학들이 그의 부활을 위해 일어섰다. 이들은 최근 ‘예관 신규식 선생 순국 100주기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꾸렸으며, 오는 26일 발기인 대회와 함께 예관 선생 재조명 사업에 나선다.

예관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을 맡은 박걸순(63) 충북대 사학과 교수를 지난 24일 오후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예관 신규식 선생 순국 100주기 맞아
후학·유족 기념사업 추진…위원장 맡아
9월 세미나·특별전…‘전집’ 추가 편찬도

청주 동쪽 고령신씨 집성촌 출신 ‘예관’
단재 신채호·경부 신백우와 ‘산동삼재’
무인·외교관·언론인·학자·정치인으로 활약

‘예관 신규식 전집’ 제1권.
‘예관 신규식 전집’ 제1권.
박 교수는 “예관 선생은 끝까지 상하이 임시정부를 지킨 파수꾼 같은 분이다. 42살 너무 일찍 세상을 떠 조금 덜 알려지는 바람에 우리가 그를 너무 몰랐다. 늦었지만 예관 선생을 깨워 우리의 정신을 깨우려 한다”고 말했다.

추진위에는 광복회 충북지부, 단재기념사업회, 유족 등도 함께한다. <예관 신규식 전집>을 내는 등 예관 선생 연구에 힘써 온 박정규 전 청주대 교수, 유성종 전 충북교육감, 나기정 전 청주시장, 임동철 전 충북대 총장 등도 고문으로 나섰다.

추진위는 예관 선생 순국 100주기인 오는 9월25일 앞뒤로 다양한 기념사업을 할 계획이다. ‘신규식과 한국 독립운동 학술 세미나’를 열고, 선생의 유품·저작·사진 등을 선보이는 특별전도 열 참이다. 전시에는 유족 등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순국 100주기 추모식과 함께 청주시민 등을 대상으로 예관의 불꽃 같은 삶과 생애, 업적 등을 기리는 특강도 준비하고 있다. <예관 신규식 전집> 추가 발간도 추진한다. 전집 발간은 지난 2020년 예관의 유저 ‘한국혼’, ‘아목루’, ‘대동단결선언’ 등을 담은 <예관 신규식 전집> 1, 2권을 세상에 내놨던 박정규 전 청주대 교수가 주도한다. 박 전 교수는 “예관 전집 추가 발간은 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선생의 곁을 지킨 독립운동가 박찬익 선생 등이 선생에 관해 기록한 <수변수록>, 선생의 후손 신의수씨가 소장한 편지, 미발표 글과 사진 등을 책에 담을 생각이다. 우리가 몰랐던 예관의 참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추진위는 예관 선생을 청주의 대표 문화인물로 세울 참이다. 예관은 일찍이 단재 신채호, 경부 신백우 선생 등과 더불어 청주 동쪽에서 태어난 세 천재란 뜻을 담아 ‘산동삼재’로 불렸다. 청주 동쪽은 이들이 나고 자란 청주 낭성·미원·가덕면 등으로, 숱한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고령 신씨 집성촌이다. 이곳에는 애국 계몽을 위해 그가 세운 교육기관 문동학원, 덕남사숙 등 흔적이 남아있다. 김동진(57) 예관 기념사업 위원회 사무처장은 “예관 선생이 신학문을 가르쳤던 학원이 수풀 무성한 폐허로 변하는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보존된 게 없다. 교육의 도시를 자처하는 청주가 무색할 정도다. 예관의 뿌리를 찾는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중국 상하이 등 예관의 국내외 행적과 업적도 재조명해 나갈 생각이다. 예관 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에 분개해 의병 거사를 일으키려다 실패한 뒤 음독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독이 퍼져 한쪽 눈의 신경이 마비됐고 늘 찡그린 표정이었다. 이후 ‘흘겨본다’는 뜻을 지닌 예관을 호로 정했다. 예관은 1911년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정부에서 법무총장, 국무총리 대리 겸 외무총장 등을 지냈다.

예관은 상하이에서 중국 쑨원, 천두슈, 쑹자오런, 천치메이 등과 교우하면서, 비밀결사인 ‘동제사’, 국외 독립운동 단체 ‘신한혁명당’, 유학 예비교육기관 ‘박달학원’ 등을 조직하고, <진단> <신한청년> 등 잡지를 내는 등 독립운동을 다각화했다.

박 추진위원장은 “예관은 무인 출신이면서도 중국 등과 외교에 능해 당시 독립운동의 두 조류인 외교 중심론과 무장투쟁론을 잇는 가교 구실을 했다. 선생은 3·1독립 운동의 영향을 주고, 상하이 임시정부의 주춧돌이 됐다. 하지만 임시정부가 혼란에 빠지고, 독립운동이 분열하자 25일 동안 먹지 않고, 말하지 않고, 약을 먹지 않다가 이승을 떠났다. 선생은 유연했지만 강인한 지사였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예관 선생은 교육자이면서, 무인이면서, 외교관이면서, 언론인이면서, 역사학자이면서 정치인으로 살았다. 불꽃 같은 마흔두살 생애였지만 꿈은 대한독립 하나였다. 시민들이 쉽게 선생을 접하고, 알아갈 수 있는 판을 깔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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