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주인은 누구일까. 대학 총장 선거에서 교수가 아닌 학생·직원의 투표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날이 올까.
한국교통대, 충북대 등이 총장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교수·학생·직원 등의 투표 반영 비율을 둘러싸고 구성원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반영 비율’ 논란이 벌어진 건 지난해 말 교육공무원법의 총장 선출 규정(24조 3항)이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서 ‘교원·직원·학생 등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로 바뀌면서다. 특히 오는 6월 총장 선거를 치르는 교통대는 전국 대학 중 새 규정을 적용할 첫 사례라 이목이 집중돼왔다.
하지만 교통대는 “선거를 6월 이후로 연기한다”고 16일 밝혔다. 교수 6명이 후보로 나선 가운데 새달 1일 총장 선거를 하려 했지만 (교수·학생·직원 등의) 투표 비율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와 관련해 황복식 교통대 교무과장은 “교원·직원·학생 등 세 주체가 참여한 합의체가 지난 11일 총장 선거 투표 참여 범위(구성원의 수)는 정했지만 (투표에 따른 반영) 비율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며 “교수 쪽은 투표 비율로 교수 75%, 직원 19%, 학생 5%, 조교 1% 반영 안을 내놨지만, 학생·직원 등은 비율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곽도경 교통대 총학생회장은 “학생·직원 등도 대학의 당당한 주체인데 총장 선거 투표 반영 비율에 교수와 차등을 두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2018년 교통대 총장 선거 때 학생의 투표 비율은 2.3%(교수 83.4%)였다.
남중웅 교통대 교수는 “교수들은 총장 선거에 기득권이 있다고 생각해 비율 조정에 부정적”이라며 “혼란을 막으려면 전국 대학·직원·학생 등의 연합체에서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의 사정도 교통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대학 총장 선거 투표 비율은 교수 쪽으로 70~80% 이상 기울어져 있었다. 직원·학생 등은 ‘교원’(교수)에게 쏠려 있던 투표 참여 비율 수정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해 12월29일 ‘총장 선거 과정에서 학생 참여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오는 8월 한밭대와 충북대, 12월 목포대에서 총장 임기가 만료돼 올해 안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충북대는 지난 1월부터 교수회, 직원, 학생 등이 세 차례 협의를 했는데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태욱 충북대 교무과 인사2팀장은 “본격적인 협의에 앞서 구성원 간 이견만 확인한 상태다. 오는 20일께 교수회장 선출이 마무리되면 투표 반영 비율 등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총학생회 쪽은 “총장 선거는 유독 교수 쪽에 투표 반영 비율이 집중돼 있어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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