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 늘푸른학교 윤순자 교장(맨 왼쪽)과 졸업생 강재순·이은숙·김정복·황순자·강기월씨(왼쪽부터).
“자전거 바퀴는 씽씽 잘도 굴러간다. 오늘도 바람을 맞으며 학교로 가는 매일은 내 청춘. 내 글씨는 느림보 거북이 엉금엉금거리고, 내 머리는 녹 난 컴퓨터 마냥 느릿느릿하구나.”
지난 23일 충북 충주 늘푸른학교에서 초등학력 인증을 받은 강재순(84) 할머니의 시 ‘강재순 자전거’다.
강씨는 지난 2019년 이 학교에 입학해 3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장을 받았다. 3년 내내 자전거로 통학한 강씨는 자신의 늦깎이 공부 이야기를 담은 이 시로 지난해 전국 성인 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충북지사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3년 동안 매주 화·수·목요일에 이뤄지는 수업에 하루도 빠지지 않아 개근상까지 받은 그는 “어려서 9남매였는데 가정 형편 탓에 남자 형제 4명만 학교에 가고 여자 5명은 못갔다. 못배운 게 한이 돼 조금 부끄럽지만 학교에 갔다. 졸업까지 하게 돼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중학교 과정도 이수도 신청하고 개학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국어는 그래도 따라갈 만했는데 수학·영어는 조금 어려워 가끔 이웃에 사는 딸에게 과외를 받기도 했다. 나이가 좀 많지만 건강이 허락하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가고 싶다.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졸업생 황순자(79) 할머니는 “전남 신안 비금도에서 자랐는데 학교가 너무 멀어 갈 수 없었다. 늦게나마 초등학교를 졸업했더니 자식들이 너무 좋아한다. 나이를 너무 먹은 것과 돌아서면 자꾸 잊는 게 슬프지만 배우는 건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이번에 초등과정 6명과 함께 권오출(93) 할머니 등 중등과정 졸업생 9명도 배출했다. 이 학교 김은미(42) 교사는 “‘배우는 것을 이렇게 즐기는 분들이 있을까’ 할 정도로 다들 대단한 열의로 공부했다. 이들과 함께 한, 그리고 또 함께 할 시간이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은 이들 할머니처럼 학력인증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늦깎이 졸업생 59명(초등 43명, 중학 16명)에게 학력인증서를 건넸다. 2013년 이후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학력인증서를 받은 졸업생은 233명(초등 210명, 중학 23명)이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교육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