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옥천군 등이 6일 농산어촌 주거 플랫폼 협약을 하고 있다.
마을이 학교를 살렸다.
충북 옥천군 청성면 주민들은 6일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국토교통부가 공모한 농산어촌 주거 플랫폼 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국토부는 주거 플랫폼 사업 성장 촉진지구로 지정된 전국 시·군에 주거 및 생활 복지 공간, 일자리 등을 한데 묶어 지원한다. 청성면을 포함해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경북 상주시 사벌북면, 경남 거창군 신원면 등 11곳이 뽑혔다. 옥천 청성은 ‘산성문화마을 주거 플랫폼 구축’이란 이름으로 공모했는데, 핵심은 면에서 유일한 초등학교인 ‘청성초 살리기’다.
앞으로 청성면에는 2024년까지 국비 30억원 등 92억원을 들여 청성면 산계리 6152㎡에 주거, 생활복지 공간이 만들어진다. 주거공간(3210㎡)엔 공공임대주택 15채를 짓고, 복지공간(2942㎡)엔 복지센터, 친환경 숲속놀이터, 유리온실 등을 들일 계획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청성초로 전입할 외지 가족들이 머물게 된다.
이번 ‘선물’로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청성초 살리기’는 날개를 달게 됐다. 청성면 주민 등은 2019년 청성초 학생 수가 16~17명 수준으로 떨어져 폐교 또는 분교화될 상황에 몰리자 학교 살리기에 나섰다. 올해 초엔 학생 수가 11명까지 떨어지면서 청성면 행정복지센터·면민협의회·이장협의회 등이 머리를 맞댔다. 청성초 동문은 개교 89년 만에 총동문회를 꾸려 측면 지원에 나섰다. 이들은 학교발전기금 모금에 나서 7800여만원을 모았다.
마을 주민 등은 발전기금을 종잣돈 삼아 주변에 널린 빈집 수리에 들어갔다. 옥천군도 집수리 비용 8천만원을 지원했다. 다달이 임대료 5만원만 내면 수리된 집에 살 수 있다. 입학생 50만원, 재학생 10만원, 전입생 20만원 등 장학금도 건넸다.
주택·장학금 지원 소식을 들은 외지인들이 몰려왔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경기 오산·안양·시흥·김포, 인천, 이웃 충남 아산 등에서 10가구 42명이 전입했다. 이 가운데 초등학생 15명, 중학생 2명, 유아 5명 등이 포함됐다. 청성초는 폐교 위기를 넘겼다. 김대중 청성초 교감은 “마을 주민 등의 노력으로 폐교·분교장 위기는 넘겼다. 주거 플랫폼 사업까지 이뤄져 학생 수급이 항구적으로 안정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을은 학교와 함께 소멸위기를 벗고 지속하길 기대한다. 지난달 말 청성면 인구는 2359명인데, 65살 이상 노인이 1196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올해 신생아는 4명이며, 19살 이하 청년도 98명뿐이다.
이종두(71) 청성면 발전분과 위원장은 “학교와 마을은 운명공동체다. 학교가 사라지면 젊은이들이 사라지고, 결국 마을도 소멸한다”며 “주택·복지 혜택을 약속하면서 전입·전학이 늘었고, 10여가구가 입주 문의를 할 정도다. 주택을 넘어 일자리까지 지원하는 등 마을 지속 방안도 신경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충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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