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7월 국민보도연맹원 등 민간인 700여명이 희생된 청주 남일면 분터골 유해발굴 현장. 충북역사문화연대 제공
“빨갱이를 죽인 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3200여명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그 유족의 한을 풀어야 한다.”
한국전쟁 앞뒤로 충북 청주지역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한국전쟁 전후 청주시 민간인 희생 관련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박만순 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는 “한국전쟁기 국가 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은 70년 넘게 ‘빨갱이를 죽인 것’으로 인식됐다. 과거사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빨갱이를 죽인 것’이 아니라면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가 나서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토론회는 청주시의회 김용규·이영신·남일현·유영경 의원 등이 마련했으며, 이날 오후 2~5시 청주시의회에서 열렸다.
박 대표는 청주지역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의 현황과 사례, 학살지 등을 공개했다. 그는 2002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충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은 뒤 민간인 학살 현장, 희생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발굴해 보고서를 내고 있다. 박 대표의 보고서를 보면, 가장 많은 희생을 낸 것은 국민보도연맹사건이다. 1950년 7~8월 사이 청주경찰서 무덕관과 지서 유치장 등에 감금돼 있던 국민보도연맹원 등 민간인 1700여명이 희생됐다. 이어 청주 탑동 청주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국가보안법 위반자 등 재소자 800여명이 희생됐고, 청주를 점령한 북한군과 좌익 등에게 480여명이 희생됐다. 박 대표는 “한국전쟁을 앞뒤로 청주에서 3200여명이 희생됐다. 30명 이상 집단 학살이 이뤄진 곳만 19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발굴한 청주지역 민간인 학살 현장, 학살 규모, 일시 등도 공개했다.
그는 민간인 학살 사건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위령 공간 조성 등 위령 사업을 제안했다. 그는 “억울한 희생자와 유족의 한과 아픔을 인식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위령 공간이 필요하다. 현장성·접근성 등을 두루 갖춘 곳에 기억과 추모의 공간을 조성하고, 학살 현장 표지석 설치, 학살 현장 등을 담은 ‘청주 현대사 기억지도’ 제작 등을 통해 아픈 역사를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용규 청주시의원은 “박 대표의 발표와 토론을 계기로 청주에서 한국전쟁 앞뒤로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 희생자를 위령할 수 있는 사업이 진행되길 기대한다. 청주시와 시민사회에 위령 사업 추진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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